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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득록, 정조대왕어록
남현희 엮음 / 문자향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李示+示. 이 글자를 '이산'이라 읽으며, M본부에서 드라마 제목으로 삼았다. 드라마가 꽤나 인기를 끌어 온 국민이 '이산'이라 읽는다. 허나, 정조 시대에는 '이산'이라 읽지 않았단다. '이셩(이성)'이라 읽었단다. 그 근거로 역자는 '규장전운'을 들었다. 그래서 '규장전운'을 뒤져 보았다. 이 글자를 찾느라 꽤나 힘들었다. '규장전운'은 운자에 따라 글자가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찾아보니 발음이 두 가지로 나와 있었다. 하나는 동그라미 속에 '싱', 하나는 네모 속에 '셩', 역자의 말대로 위에는 '御諱'라고 써 있었다. 다시 궁금한 게 생겼다. 동그라미 속의 '싱'은 뭐고, 네모 속에 '셩'은 뭔가? 그 해답은 서울대 규장각 사이트의 '규장전운 해제'에서 찾았다. 동그라미 속에 있는 것은 중국 발음이고, 네모 속에 있는 것은 당시 우리나라 발음이란다. 그렇다면 역자의 말대로 '셩(성)'이 맞는 것이다. 더구나 '규장전운'은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운서라 하니, 최소한 정조 시대에는 '셩'이라 읽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글자를 '산'이라 읽고 있으니, 건릉에서 잠들어 계신 정조대왕이 놀라 벌떡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이렇게 하소연하시리라.
"내 후손들이 불초하여, 조선이 망했으니,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 부를테면 제대로 불러라. '셩'이라고, 최소한 '성'이라고... 나는 중국 사람도 아니요, 조선 사람이며, 더구나 너희들에게 몹쓸짓을 한 적도 없다. 이 점에 대해서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희는 내 이름을 함부로 바꾸어 '산'이라 하느냐? 나는 '셩'이다. 나는 '셩'이다, 나는 '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