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배신 - 왜 어떤 이는 빨라도 실패하고, 어떤 이는 느려도 성공하는가
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이지 요즈음 들어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감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을 수록 정말 흐르는 강물처럼,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무심히 계속 흘러간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같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없어서 낭패를 보는적이 점점 늘고 있다. 오죽했음 하루가 48시간이하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갈수록 빠른 속도를 찾게 되고 빨리 처리해야되고 무엇이든 빨리 빨리 해야 능력있고 성공하는 자격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빠른 속도가 생산성과 이익에 유리할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느린 건 게으름과 비능률의 표상이며 손해와 패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역시 이런 생각때문일까, 패스트푸드와 스마트폰은 바삐 움직이고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이 책의 원제는 ‘기다림(Waiting)’이라는 점에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맹목적으로 빠름을 추구하는 사회와 현대인들에게 반기를 들고 경종을 울리는것이리라 생각했다. 저자가 주장하는 기다림이란 것은 느림 그 자체가 아니다. 바로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언제'의 타이밍에 대해 다룬다. 굉장히 인상깊었던 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언제'가 모든 상황과 사건의 해답인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책에 보면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 타자에게는 공의 속도와 궤적을 파악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0.2초가 주어진다고 한다. 훌륭한 타자는 이 짧은 시간을 생리학적으로 최대한 늦추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타이밍의 예술’인 코미디에서 코미디언들은 의도적인 멈춤을 통해 관중의 시간을 왜곡하고 긴장감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 뒤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사과는 빨리 할수록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사과하는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것이 관계회복에 더 좋다고 한다. 잘못을 한 후 즉시 사과를 하는 것은 사과의 효과가 떨어지고 부정직해 보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몇 시간이든 혹은 며칠이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사과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고, 사과 받는 사람에게 잘못을 저지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사과는 즉시 하는 것보다 늦추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항상 사과는 빨리 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책을 읽고 사과를 하는 적당한 타이밍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과에도 분명히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이렇듯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그냥 당연한듯 지나치고 넘겨왔던 상황이나 에피소드들의 시간적인 의미, 타이밍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얻은 큰 수혜가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부분은 이 부분이다. 진화 과정에서 동물처럼 생물학적 반응이 즉시적이었던 인류는 도태됐고 반응을 늦춰 안정성을 유지한 인류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보통 상식적으로 즉각적으로 빨리 반응하고 움직인 개체가 상황에 빨리 적응하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것 같았는데 의외였다.

그리고 맘에 드는 구절이 있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순간을 후회한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순간을 CCTV로 찍어 멀리서 바라보듯 숙고하라. 최고의 순간까지 기다려라.’

반성과 후회를 하는 실수가 있다면 한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으로 조망해보고 최선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하거나 놀 때에도, 인간관계에서도 조금 느린 행동이 오히려 더 좋은 결말로 이어질 수 있고 한다. 느림과 미룸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우아하게 주장하고 기술한 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 책을 통해 삶은 결국 시간과 대항하는 과정임을 깨달을때 좀 더 우리의 삶이 질이 풍부해지지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