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 한국 여성의 인권 투쟁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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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물학적으로 여자. 굳이 생물학적으로라는 말을 붙인 것은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성()임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여자로 살아가는 동안, 특별히 차별받았다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에는. 1960년대 생인데도 딸 아들 차별 받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은 부모님의 사랑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냐마는 나의 아버지는 우리 딸들에게 늘 따뜻했다. 옛날이야기도 들려주고, 공부할 때는 옆에서 연필도 깎아 주었다. 겨울에 옷을 갈아입을 때면 속옷을 아랫목에 넣어두었다가 입도록 하였다. 또 딸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였다. 특히 아버지는 어머니를 무척 아꼈다. 나는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이 생각과 이 느낌이 무너져 내렸다. 남편 하나 믿고 낯선 집에 들어가 낯선 사람들과 산다는 것이 만만하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는 시가의 조상에게 제사상을 차리는 것, 집안의 여러 애경사에 참석해야 하는 것 등 등. 결정적으로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호주제'를 실감한 일이었다.

 

 


호적등본을 보니, 나의 아버지의 밑에 기록되어 있던 내 이름에 삭제한다는 뜻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시아버지의 이름 밑에 올라가 있었다. 친가에서 호적을 파다가 시가에 옮긴 거다. 출가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더 황당했던 것은 첫 직장을 얻고 나서 쓴 인사기록카드에 호주성명 및 관계란에 ‘ooo의 자부라고 기록해야만 했다. 내가 자랄 때 걸음마 한번 가르쳐 주지 않고, 공부할 때 연필 한 자루 사주지 않은 낯선 이름의 어느 남자가 나의 호주라는 거였다.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딸을 시집보내고 호적에서 삭제된 딸에 대한 서운함과 이에 더하여 쓸쓸해하실 부모님 생각에 더욱 슬펐다. 딸로 태어난 것이 죄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던 어느 날,‘가족관계증명서를 보니, 나를 낳고 길러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모로 선명히 등재되어 있었다. 바로 호주제가 폐지된 것이다. 나는 너무 기뻤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눈물이 났다. 그 호주제가 폐지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성들이 수고하였는지 강준만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인물과사상사, 2018)을 읽고 알았다. 호주제가 폐지되기까지 반대론자들의 거센 항변이 있었다고 한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사회에 커다란 혼란이 올 것처럼 반대를 고집하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주제 폐지는 이 땅의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일제가 1921년 공포한 조선호적령으로 인해 만들어진 호주제. 그 호주제는 20053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폐지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완전 폐지된다. 200811일부터 시행되는 이 민법 개정안은 페미니즘 운동의 기념비적인 성과였다.

 

 


그럼에도 뼛속깊이 새겨진 가부장제는 아직도 우리의 일상 곳곳에 살아 꿈틀대고 있다. 첫째, 언어생활에서 처가와 시댁을 보자. ‘보다 높임말이다. ‘여남보다는 남여가 흔히 쓰인다. 친정아버지는 그냥 아버지이고, 시아버지에게는 아버님이라고 한다. ‘도련님, 아가씨라는 말은 옛날부터 있어온 말인데, 주인집 자녀에 대하여 하인이 부른 호칭이라고 한다. 둘째, 명절날의 관행을 보면 주로 남편의 집에 가서 차례를 올리고 친정을 가거나 생략한다. 명절 음식 준비는 여성들에게 가장 부담스런 부분이다. 명절도 남성중심으로 행사된다. 셋째,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에 젖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넷째, 직장 내에서의 성차별 문제가 있다. 다섯째, 가정폭력 문제가 있다. 이 중에서 나는 가정폭력 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말하고 싶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친구를 괴롭히고, 분노조절을 못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을 상담한 결과, 공통점은 가정 내 폭력이었다. 주로 아버지의 폭력. 다행히 자녀를 때리지는 않으나,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내를 구타하거나 집안의 물건을 내던지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내 교직경력이 30년이 되는데, 이런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내가 통계를 내지 않아서 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하나, 이 사회가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분석이다. 피로사회, 경쟁사회, 감시사회, 등의 사회 경제적 문제들이 주로 바깥일을 하는 아버지들을 힘들게 하고 그 힘듦이 가정 내에서 신체적으로 약자인 아내나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버지에게 직접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기만 해도 어린 자녀들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다. 그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에서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우리나라 페미니즘 역사를 보여준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여러 사건들이 결국은 성차별, 가부장제의 폐해였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1990년대 김완섭의 창녀론발언, 1996년의고대생 이대 대동제 집단 성폭력 사건’, 2000년 초 된장녀라는 유행어. 2011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그리고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 성폭력 사건’, 홍준표의 돼지 흥분제 사건’, 탁현민의 남자 마음 설명서 사건최근의 미투 운동까지.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이 많은 사건들의 기저에는 성차별, 가부장제 등의 사고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외에도 많은 사건들의 전말에 대하여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내가 지나쳤던 그 많은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겠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피해를 입고 사는 사람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저자가 수집한 자료가 너무 많아서 저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린 것이 아쉽다. 저자의 글보다는 인용이 너무 많았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미니즘은 남성에게 강요된 가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옭죄고 있는 성차별과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게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미국 문화평론가이자 페미니즘 작가인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예로 들었다. 나는 그 책을 읽어 보았다. 거기서 받은 놀라운 사실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착취와 억압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 할례의 강요, 태국의 섹스 클럽, 아프리카와 인도, 중동, 유럽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문제, 중국의 여아 살해 등등.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여성에 대한 이러한 굴레를 벗겨줄 사람이 페미니즘 운동가만이어서는 안 된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여남이 같이 해야 한다. 페미니즘 운동은 인권운동이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맺으면서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가부장제에 찌든 남자들일지라도 저항하는 여성에 대해 처음엔 펄펄 뛸망정 그 저항이 지속되면 익숙해지게 되어 있다. 인류 역사를 보라. 기득권자가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한 적은 없다. 그 알량한 기득권이란 게 오히려 자신의 이익에 반할 경우에라도 말이다. ‘습관의 독재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중략) 오빠도 누이를 돌보는 책임과 고통에서 해방됨으로써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빠의 해방,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목표다. 오빠들이 자신들이 허락한 페미니즘의 속박에서 벗어나 누이가 허락한 페미니즘, 아니 상호 소통하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 자유와 광명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빈다.”(371) 라고 하면서 페미니즘운동의중단없는 전진을 역설한다.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영주의 <며느리 사표>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을 가슴으로 읽어 보시라. 남자의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가부장으로서 볼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읽어 보시라. 그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견디고 저항해야만 했던 힘든 시간을 상상해 보시라.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은교>(문학동네, 2012)(251쪽) 이 말은 노인을 천대하고 늙음에 대하여 두려워하는 젊은이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는 말이다. 그렇듯이,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중심 사고에 젖어 여성을 차별하고 지배하려는 남성에게 말하고 싶다. 남성들의 노력으로 남성이 된 것이 아니고, 여성의 과오로 여성이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자연일 뿐이다. 남성들이여, 당신들의 어깨에 짊어진 가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여성과 함께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 생각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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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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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쓴다는 것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문맹>(한겨레출판, 2018) -

 

                                              

201881일 경향신문(인터넷)상해임시정부도 정치적 난민이 세운 망명정부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청와대는 1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허가 폐지청원에 대해 대한민국이 법통을 계승했다고 헌법에 명시된 상해임시정부도 일제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치적 난민이 수립한 망명정부였다우리도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난민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중략)

714875명이 참여한 이번 청원은 최근 예멘 난민 신청이 급증하면서 사회 갈등을 우려하는 동시에 불법체류수단으로 악용되는 무사증제도와 난민제도 등에 대해 검토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같은 날 인터넷 검색 결과, 제주도에는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난민 신청을 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예멘 내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각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중이다. 이 사태에 대해 우리 국민들도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린다. 우리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볼 때, 받아들일 만하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치안, 종교, 문화 등에 대한 걱정이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결혼이민자 규모는 지난 2013117007명에서 2016121332명으로 4,32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로 국제결혼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우리 나라는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주로 베트남, 필리핀 등의 아시아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서 다문화 가정이 형성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갖고 있다. 학생의 양육을 주로 담당하는 어머니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을 하고, 자녀의 학교생활을 잘 돌보지 못한다. 특히 초등 저학년 때, 한국어를 습득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에게는 한국어가 모국어이지만, 자녀의 어머니에게는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모국어는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언어요, 사람의 정체성 형성에 큰 구실을 한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존재는 언어라는 집에서 산다. 인간 존재는 다른 인간 존재와 언어로 소통하고 언어로 생각하며 언어로 문화를 이루며 언어 속에서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국어를 잃게 된다면 삶에 커다란 장애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 역정을 글로 풀어낸 작가가 있다. 바로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던 헝가리 출신의 소설가다. 그는 193510월 헝가리의 시골마을인 치크반드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빈곤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이 일어난다. 이 혁명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공 의거이다. 스탈린 체제에 반대하여 일어난 시민 봉기로서, 소련군의 개입으로 진압되었으나 그 뒤에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 반스탈린화 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혁명의 여파를 피해 반체제 인사였던 남편과 함께 21살의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네 살 된 딸을 데리고 헝가리를 떠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로 이주한다. 그러면서 독일어, 러시아어, 그리고 프랑스어를 접하게 된다.

그가 2011년 스위스에서 일흔다섯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 동안, <비밀 노트>, <타인의 증거>, <50년 만의 고독>을 완성한다. 3부작은 우리 나라에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출간되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은 모국어를 깨우친 네 살부터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었던 삶을 말한다. 문맹에서 벗어나고자 스위스의 공용어인 프랑스어를 배워 첫 소설을 쓰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다.

 

저자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로 이주한다. 헝가리어를 잃고 프랑스어를 배운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느낀다. 프랑스어로 글을 쓰고 읽는다지만 그는 자신이 프랑스어권 사람으로 통합되거나 동화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모국을 떠나면서 가난에서는 벗어났지만 그 대가로 외로움과 고통을 겪는다.

내 나라를 떠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더 어렵고, 더 가난했겠지만, 내 생각에는 또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어쩌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건 어떤 언어로든지 나는 글을 썼으리라는 사실이다.”(82)

 

단순한 외로움과 고통이 아니라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사막으로 여긴다. 풀 한 포기 살기 어려운 사막. 정체성을 잃은 존재는 사막 속의 작은 생명처럼 힘겹다.

사막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회적 사막, 문화적 사막, 혁명과 탈주의 날들 속에서 느꼈던 열광이 사라지고 침묵과 공백, 우리가 중요한, 어쩌면 역사적인 무언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던 나날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뒤따른다.”(89)

 

새로운 정착지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 글을 쓰면서도 그는 절망한다.

우리는 이곳에 오면서 무엇인가를 기대했다.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몰랐지만 틀림없이 이런 것, 활기 없는 작업의 나날들, 조용한 저녁들, 변화도 없고 놀랄 일도 없고 희망도 없는 부동의 삶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89)

 

저자는 이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느끼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쓰는 것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조차. 그것이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원고가 서랍 안에 쌓이고, 우리가 다른 것들을 쓰다 그 쌓인 원고들을 잊어버리게 될 때조차.”(97)

 

저자는 자신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서 다시 언어라는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작가가 되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103)

 

저자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것을 운명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가 글을 쓰는 것을 문맹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였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이 언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운명에 의해, 우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나에게 주어진 언어다.

프랑스어로 쓰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강제된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한 문맹의 도전.”(113)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까치, 2017)에서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을 들어보자. 이 글은 작가 지망생이던 빅토르가 주인공 루카스(실제로는 저자)에게 하는 말이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302)

 

<문맹>은 글을 읽는 것에 대한 일을 비실용적인 일이라는 의식이 지배하던 시대에 태어나, 전쟁과 독재 치하에서 자신의 모국어를 잃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한 사람의 기록이다. 어디 저자뿐이었으랴.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억압과 속박 그리고 혼란 속에서 가족은 해체되고 인간의 이성에 따라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절망하지 않고 글을 쓰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살아간 한 인간의 삶이 오롯이 보인다. <문맹>의 문체는 매우 건조하다. 문장이 짧다. 수식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행간에는 저자의 절망, 고독, 희망, 도전이 견고하게 숨어 있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리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는 현대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읽고 싶은지도, 무엇을 읽고 써야 할 지도 모른 채 헤매는 현대인들은 정신적 난민이 아닐까. 정신적 난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문맹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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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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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거를 위하여

 

-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동물의 무기>(북트리거, 2018) -

                                                                     

날자. 날아보자. 한 번 더 날아보자.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머리가 커진 병사 벌은 날 수가 없다. 날개와 해당 근육이 심하게 감소되었다. 전투 승리의 대가로 비행 능력이 줄어들면서 아예 날지 못한다. 사회적 곤충의 병사 계급은 전투태세를 갖추는 데에 진화되어 날 수 있는 벌의 특성을 잃었다. 이렇게 무기를 얻는 대가로 잃은 신체 부위의 발육 부진은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다. 큰 아래턱을 가진 사슴벌레는 상대적으로 날개가 더 작다. 농게는 이용 가능한 자원의 반을 커다란 집게발에 바친다.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큰 집게발을 유지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달리는 데에도 에너지 소모가 크다. 먹는 데 드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포식자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는 위험이 찾아온다. 큰뿔사슴은 극한의 무기로 인하여 멸종되었다. 소빙하기에 섭취 가능한 먹이의 감소로 자기 뼈에서 칼슘과 인을 뿔로 보충하기에도 버거웠다. 무기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뼈도 극도로 약해져 멸종에 이른다.

 

이처럼 생존의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동물들이 극한의 무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자신의 에너지를 무기 진화에 쏟을까? 인간이 무기 경쟁을 하는 양상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인간의 무기 경쟁이 촉발할 끝은 어디까지일까? 소름끼치게 섬뜩한 연관성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 있다. 몬태나대학교 생물학 교수 더글러스 엠린이 쓴 <동물의 무기>(북트리거, 2018). 저자는 어려서부터 휘어진 엄니를 가진 마스토돈(절멸된 코끼리), 커다란 뿔을 가진 동물 등의 극한의 무기(extreme weapon)'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극한의 무기는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비율의 문제였다. 뉴기니사슴뿔파리는 6mm짜리 뿔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소지자의 크기에 비해 막대하게 크다. 원생동물을 제외한 동물의 종수가 130만 개에 이르고, 극한 무기를 휘두르는 동물은 약 3000종에 이른다. 엠린은 아프리카, 호주, 중남미 전역으로 다니면서 쇠똥구리, 사슴뿔파리, 농게, 코끼리, 엘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극한 무기를 연구한다. 이와 함께 인간의 무기 경쟁까지 연관 지어 자연계 생명체의 무기에 대한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 책은 진화에 관한 얘기다. 그 중에서도 무기의 진화에 대한 연구 결과다.

진화라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교체 과정이다.”(25)

진화는 어느 한 개체 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과의 관계에서, 환경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변화. 진화에는 우열이 없다. 대부분의 큰가시고기는 포식자가 많은 바다에 산다. 바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등과 배 쪽에 가시로 점점 무장한다. 바닷물이 내륙의 호수로 들어오게 되면 큰가시고기의 가시는 퇴화되어 무기를 버린다. 민물에서는 포식자가 적어 가시와 같은 무기가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의 에너지를 성장과 번식에 쓸 수 있다. 가시의 유무는 환경에 적응해 가는 방편일 뿐, 가시의 유무가 우열이 아니다.

 

진화는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고, 선택의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다. 농게의 집게발이 커지는 것은 스스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른 농게와의 싸움에서 집게발이 커지는 것이 유리해서 자연적으로 그렇게 진화해 간다. 올빼미에게 잡아먹히는 쥐는 내륙의 유기질 토양과 바닷가 근처의 모래의 영향을 받아 각각 갈색과 흰색으로 변환된다. 쥐가 주변 환경에 따라 털 색깔을 바꿔가는 것도 의도한 것은 아니다. 포식자에게 눈에 덜 띄기 위한 자연 선택의 과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 극락조를 보자. 특히 수컷 극락조는 암컷에게 선택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길고 화려한 꼬리 깃털을 길러 춤(깃털을 까딱거림)과 노래(날카로운 소리)로 암컷에게 뽑히기를 원한다. 이럴 때는 무기가 아니라 치장이 선택된다. 선택받기 위한 무기가 아름다워지는경우다. 이런 성선택을 암컷 선택이라고 하는데, 암컷이 특정 수컷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동물들의 무기 진화의 목적은 짝짓기다.

동물 무기의 극대화는 암컷에게 접근하려는 수컷들끼리의 경쟁의 결과다.”(28)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동물들의 생각을 적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본능이라고 해 두자. 그렇다면 인간의 무기 진화의 목적은 무엇일까. 엠린은 인간의 무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양, 성능, 크기가 변하고, 이 변화의 방향은 동물의 무기 진화의 방향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군대개미와 흰개미가 굴에서 메뚜기나 거미를 방어할 수 있다. 인간 도시의 성벽 기능이 이와 비슷하다. 아무리 힘센 군대도 좁은 성 안으로 들어가 일제 공격하기가 어렵다. 13세기 무렵 중동과 유럽에는 3만 개 이상의 성이 있었다. 인간이 손으로 만든 가장 비싼 건축물이다. 이 휘황찬란한 건축물도 화약의 발명으로 가치를 잃는다. 대포의 파괴력은 더 이상 성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이제는 지하로 깊이 내려가야만 안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물망처럼 분산된 굴과 벙커로 진화한다. 미국 샤이엔산의 벙커가 그 예이다. 이 벙커는 30메가톤의 핵무기가 2km 밖에서 폭발해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한다. 수용 인원은 1100명 정도나 된다.

 

저자는 2년간 쇠똥구리 7세가 태어날 때까지 쇠똥구리의 무기 진화를 연구했다. 이를 통하여 얻은 답은, 더 긴 뿔을 가진 수컷들을 씨내리로 선택한 집단의 수컷들은 뿔이 더 길어졌다. 더 짧은 뿔을 가진 수컷을 씨내리로 한 집단의 수컷들은 예전보다 뿔이 더 짧아졌다. 더 흥미로운 것은 뿔과 같은 무기가 커지면서 눈이 작아졌다. 눈의 발육 부진은 이용 가능한 영양분의 제약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한 가지 구조의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한다는 것은 그 자원을 더 이상 다른 구조의 성장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하, 그래서 인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신체는 드문가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도 어느 한 가지는 특화되어 태어난다는 것. 즉 한 가지 재능은 다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한 나라의 살림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자연 자원이나 경제적 자원도 어디에 얼마큼 쓰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의 양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가 예산을 무기 개발과 같은 국방비에 쓰느냐, 아니면 복지비에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나라마다 군비경쟁에 국가예산을 적게 쓰고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 좋겠다.

 

엠린은 동물의 무기 진화와 인간의 무기 억제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는 농게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무기를 과시하고 군사력을 광고하는 것이다. 농게들은 끊임없이 서로 도발하며 약점을 잡아 밀치락달치락하고, 집게발을 서로 문질러 댄다. 농게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대결은 실제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끝난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강하면, 약한 국가가 물러서거나 압도당함으로써, 갈등은 격화되기 전에 끝이 난다.”(288)

그러면서 미국과 소련의 무기 경쟁의 종결을 언급한다.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은 자유재량 자원을 초과하는 지출을 했다. 거대한 뿔을 만들기 위해 자기 뼈에서 칼슘과 인을 뽑아낸 큰뿔사슴처럼, 소련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나치게 소모한 것이다. 그래서 소련의 사회복지 계획은 심각하게 악화되어, 소련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열악해졌다. 그러한 지출 패턴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서, 결국 199112월 소련은 무너졌다.”(296)

 

냉전 시기는 지났다. 그렇다고 무기 경쟁이 멈춘 것은 아니다. 냉전시대초기엔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겨뤘지만, 경쟁이 진행되면서 핵탄두의 값이 싸졌다. 잠수함,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재래식 무기 비용은 상승했지만, 핵탄두 자체는 더 작아지고 싸졌다. 생물무기는 더 싸다. 수많은 국가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많은 정부의 손에 대량 살상 무기가 들어가게 되고 악한 개인(테러리스트)도 이를 소유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들 모두가 단 한 번만이라도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면 이 지구의 생명체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동물의 경우, 더 이상의 극한 무기가 한계점에 다다르면 검치류나 공룡처럼 멸종한다. 우리 인간이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된다.

 

이빨과 뿔 등의 무기는 분명 동물의 신체 일부다. 이 무기들은 DNA로 유전되는 생물학적 진화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동물에게도 문화적 진화가 존재한다. 바로 흰개미의 요새, 거미줄, 쥐의 땅굴 등은 무기와 다름없다. 문화 정보가 광범위하게 학습되어 진화된다. 인간의 무기는 분명 문화적 진화다. 인간의 무기는 DNA가 아닌 문서와 컴퓨터로 기록되고 대량으로 전달된다. 인간의 무기 진화가 더 위협적인 이유다. 초록별 지구. 인간이 생존의 위협 없이, 다른 생명체와 함께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거를 위하여 인간의 극한 무기는 멸종되어야 한다. (201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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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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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거를 위하여

 

-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동물의 무기>(북트리거, 2018) -

                                                                     

날자. 날아보자. 한 번 더 날아보자.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머리가 커진 병사 벌은 날 수가 없다. 날개와 해당 근육이 심하게 감소되었다. 전투 승리의 대가로 비행 능력이 줄어들면서 아예 날지 못한다. 사회적 곤충의 병사 계급은 전투태세를 갖추는 데에 진화되어 날 수 있는 벌의 특성을 잃었다. 이렇게 무기를 얻는 대가로 잃은 신체 부위의 발육 부진은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다. 큰 아래턱을 가진 사슴벌레는 상대적으로 날개가 더 작다. 농게는 이용 가능한 자원의 반을 커다란 집게발에 바친다.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큰 집게발을 유지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달리는 데에도 에너지 소모가 크다. 먹는 데 드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포식자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는 위험이 찾아온다. 큰뿔사슴은 극한의 무기로 인하여 멸종되었다. 소빙하기에 섭취 가능한 먹이의 감소로 자기 뼈에서 칼슘과 인을 뿔로 보충하기에도 버거웠다. 무기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뼈도 극도로 약해져 멸종에 이른다.

 

이처럼 생존의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동물들이 극한의 무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자신의 에너지를 무기 진화에 쏟을까? 인간이 무기 경쟁을 하는 양상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인간의 무기 경쟁이 촉발할 끝은 어디까지일까? 소름끼치게 섬뜩한 연관성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 있다. 몬태나대학교 생물학 교수 더글러스 엠린이 쓴 <동물의 무기>(북트리거, 2018). 저자는 어려서부터 휘어진 엄니를 가진 마스토돈(절멸된 코끼리), 커다란 뿔을 가진 동물 등의 극한의 무기(extreme weapon)'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극한의 무기는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비율의 문제였다. 뉴기니사슴뿔파리는 6mm짜리 뿔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소지자의 크기에 비해 막대하게 크다. 원생동물을 제외한 동물의 종수가 130만 개에 이르고, 극한 무기를 휘두르는 동물은 약 3000종에 이른다. 엠린은 아프리카, 호주, 중남미 전역으로 다니면서 쇠똥구리, 사슴뿔파리, 농게, 코끼리, 엘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극한 무기를 연구한다. 이와 함께 인간의 무기 경쟁까지 연관 지어 자연계 생명체의 무기에 대한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 책은 진화에 관한 얘기다. 그 중에서도 무기의 진화에 대한 연구 결과다.

진화라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교체 과정이다.”(25)

진화는 어느 한 개체 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과의 관계에서, 환경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변화. 진화에는 우열이 없다. 대부분의 큰가시고기는 포식자가 많은 바다에 산다. 바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등과 배 쪽에 가시로 점점 무장한다. 바닷물이 내륙의 호수로 들어오게 되면 큰가시고기의 가시는 퇴화되어 무기를 버린다. 민물에서는 포식자가 적어 가시와 같은 무기가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의 에너지를 성장과 번식에 쓸 수 있다. 가시의 유무는 환경에 적응해 가는 방편일 뿐, 가시의 유무가 우열이 아니다.

 

진화는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고, 선택의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다. 농게의 집게발이 커지는 것은 스스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른 농게와의 싸움에서 집게발이 커지는 것이 유리해서 자연적으로 그렇게 진화해 간다. 올빼미에게 잡아먹히는 쥐는 내륙의 유기질 토양과 바닷가 근처의 모래의 영향을 받아 각각 갈색과 흰색으로 변환된다. 쥐가 주변 환경에 따라 털 색깔을 바꿔가는 것도 의도한 것은 아니다. 포식자에게 눈에 덜 띄기 위한 자연 선택의 과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 극락조를 보자. 특히 수컷 극락조는 암컷에게 선택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길고 화려한 꼬리 깃털을 길러 춤(깃털을 까딱거림)과 노래(날카로운 소리)로 암컷에게 뽑히기를 원한다. 이럴 때는 무기가 아니라 치장이 선택된다. 선택받기 위한 무기가 아름다워지는경우다. 이런 성선택을 암컷 선택이라고 하는데, 암컷이 특정 수컷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동물들의 무기 진화의 목적은 짝짓기다.

동물 무기의 극대화는 암컷에게 접근하려는 수컷들끼리의 경쟁의 결과다.”(28)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동물들의 생각을 적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본능이라고 해 두자. 그렇다면 인간의 무기 진화의 목적은 무엇일까. 엠린은 인간의 무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양, 성능, 크기가 변하고, 이 변화의 방향은 동물의 무기 진화의 방향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군대개미와 흰개미가 굴에서 메뚜기나 거미를 방어할 수 있다. 인간 도시의 성벽 기능이 이와 비슷하다. 아무리 힘센 군대도 좁은 성 안으로 들어가 일제 공격하기가 어렵다. 13세기 무렵 중동과 유럽에는 3만 개 이상의 성이 있었다. 인간이 손으로 만든 가장 비싼 건축물이다. 이 휘황찬란한 건축물도 화약의 발명으로 가치를 잃는다. 대포의 파괴력은 더 이상 성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이제는 지하로 깊이 내려가야만 안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물망처럼 분산된 굴과 벙커로 진화한다. 미국 샤이엔산의 벙커가 그 예이다. 이 벙커는 30메가톤의 핵무기가 2km 밖에서 폭발해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한다. 수용 인원은 1100명 정도나 된다.

 

저자는 2년간 쇠똥구리 7세가 태어날 때까지 쇠똥구리의 무기 진화를 연구했다. 이를 통하여 얻은 답은, 더 긴 뿔을 가진 수컷들을 씨내리로 선택한 집단의 수컷들은 뿔이 더 길어졌다. 더 짧은 뿔을 가진 수컷을 씨내리로 한 집단의 수컷들은 예전보다 뿔이 더 짧아졌다. 더 흥미로운 것은 뿔과 같은 무기가 커지면서 눈이 작아졌다. 눈의 발육 부진은 이용 가능한 영양분의 제약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한 가지 구조의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한다는 것은 그 자원을 더 이상 다른 구조의 성장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하, 그래서 인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신체는 드문가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도 어느 한 가지는 특화되어 태어난다는 것. 즉 한 가지 재능은 다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한 나라의 살림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자연 자원이나 경제적 자원도 어디에 얼마큼 쓰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의 양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가 예산을 무기 개발과 같은 국방비에 쓰느냐, 아니면 복지비에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나라마다 군비경쟁에 국가예산을 적게 쓰고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 좋겠다.

 

엠린은 동물의 무기 진화와 인간의 무기 억제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는 농게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무기를 과시하고 군사력을 광고하는 것이다. 농게들은 끊임없이 서로 도발하며 약점을 잡아 밀치락달치락하고, 집게발을 서로 문질러 댄다. 농게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대결은 실제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끝난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강하면, 약한 국가가 물러서거나 압도당함으로써, 갈등은 격화되기 전에 끝이 난다.”(288)

그러면서 미국과 소련의 무기 경쟁의 종결을 언급한다.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은 자유재량 자원을 초과하는 지출을 했다. 거대한 뿔을 만들기 위해 자기 뼈에서 칼슘과 인을 뽑아낸 큰뿔사슴처럼, 소련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나치게 소모한 것이다. 그래서 소련의 사회복지 계획은 심각하게 악화되어, 소련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열악해졌다. 그러한 지출 패턴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서, 결국 199112월 소련은 무너졌다.”(296)

 

냉전 시기는 지났다. 그렇다고 무기 경쟁이 멈춘 것은 아니다. 냉전시대초기엔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겨뤘지만, 경쟁이 진행되면서 핵탄두의 값이 싸졌다. 잠수함,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재래식 무기 비용은 상승했지만, 핵탄두 자체는 더 작아지고 싸졌다. 생물무기는 더 싸다. 수많은 국가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많은 정부의 손에 대량 살상 무기가 들어가게 되고 악한 개인(테러리스트)도 이를 소유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들 모두가 단 한 번만이라도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면 이 지구의 생명체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동물의 경우, 더 이상의 극한 무기가 한계점에 다다르면 검치류나 공룡처럼 멸종한다. 우리 인간이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된다.

 

이빨과 뿔 등의 무기는 분명 동물의 신체 일부다. 이 무기들은 DNA로 유전되는 생물학적 진화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동물에게도 문화적 진화가 존재한다. 바로 흰개미의 요새, 거미줄, 쥐의 땅굴 등은 무기와 다름없다. 문화 정보가 광범위하게 학습되어 진화된다. 인간의 무기는 분명 문화적 진화다. 인간의 무기는 DNA가 아닌 문서와 컴퓨터로 기록되고 대량으로 전달된다. 인간의 무기 진화가 더 위협적인 이유다. 초록별 지구. 인간이 생존의 위협 없이, 다른 생명체와 함께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거를 위하여 인간의 극한 무기는 멸종되어야 한다. (201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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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 -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최재천 감수 / 북트리거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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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거를 위하여

 

- 더글러스 엠린 지음, 승영조 옮김, <동물의 무기>(북트리거, 2018) -

                                                                     

날자. 날아보자. 한 번 더 날아보자.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머리가 커진 병사 벌은 날 수가 없다. 날개와 해당 근육이 심하게 감소되었다. 전투 승리의 대가로 비행 능력이 줄어들면서 아예 날지 못한다. 사회적 곤충의 병사 계급은 전투태세를 갖추는 데에 진화되어 날 수 있는 벌의 특성을 잃었다. 이렇게 무기를 얻는 대가로 잃은 신체 부위의 발육 부진은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다. 큰 아래턱을 가진 사슴벌레는 상대적으로 날개가 더 작다. 농게는 이용 가능한 자원의 반을 커다란 집게발에 바친다.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큰 집게발을 유지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달리는 데에도 에너지 소모가 크다. 먹는 데 드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포식자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는 위험이 찾아온다. 큰뿔사슴은 극한의 무기로 인하여 멸종되었다. 소빙하기에 섭취 가능한 먹이의 감소로 자기 뼈에서 칼슘과 인을 뿔로 보충하기에도 버거웠다. 무기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뼈도 극도로 약해져 멸종에 이른다.

 

이처럼 생존의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동물들이 극한의 무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자신의 에너지를 무기 진화에 쏟을까? 인간이 무기 경쟁을 하는 양상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인간의 무기 경쟁이 촉발할 끝은 어디까지일까? 소름끼치게 섬뜩한 연관성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 있다. 몬태나대학교 생물학 교수 더글러스 엠린이 쓴 <동물의 무기>(북트리거, 2018). 저자는 어려서부터 휘어진 엄니를 가진 마스토돈(절멸된 코끼리), 커다란 뿔을 가진 동물 등의 극한의 무기(extreme weapon)'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극한의 무기는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비율의 문제였다. 뉴기니사슴뿔파리는 6mm짜리 뿔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소지자의 크기에 비해 막대하게 크다. 원생동물을 제외한 동물의 종수가 130만 개에 이르고, 극한 무기를 휘두르는 동물은 약 3000종에 이른다. 엠린은 아프리카, 호주, 중남미 전역으로 다니면서 쇠똥구리, 사슴뿔파리, 농게, 코끼리, 엘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극한 무기를 연구한다. 이와 함께 인간의 무기 경쟁까지 연관 지어 자연계 생명체의 무기에 대한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 책은 진화에 관한 얘기다. 그 중에서도 무기의 진화에 대한 연구 결과다.

진화라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물 형태의 변화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교체 과정이다.”(25)

진화는 어느 한 개체 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과의 관계에서, 환경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변화. 진화에는 우열이 없다. 대부분의 큰가시고기는 포식자가 많은 바다에 산다. 바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등과 배 쪽에 가시로 점점 무장한다. 바닷물이 내륙의 호수로 들어오게 되면 큰가시고기의 가시는 퇴화되어 무기를 버린다. 민물에서는 포식자가 적어 가시와 같은 무기가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의 에너지를 성장과 번식에 쓸 수 있다. 가시의 유무는 환경에 적응해 가는 방편일 뿐, 가시의 유무가 우열이 아니다.

 

진화는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고, 선택의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다. 농게의 집게발이 커지는 것은 스스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른 농게와의 싸움에서 집게발이 커지는 것이 유리해서 자연적으로 그렇게 진화해 간다. 올빼미에게 잡아먹히는 쥐는 내륙의 유기질 토양과 바닷가 근처의 모래의 영향을 받아 각각 갈색과 흰색으로 변환된다. 쥐가 주변 환경에 따라 털 색깔을 바꿔가는 것도 의도한 것은 아니다. 포식자에게 눈에 덜 띄기 위한 자연 선택의 과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 극락조를 보자. 특히 수컷 극락조는 암컷에게 선택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길고 화려한 꼬리 깃털을 길러 춤(깃털을 까딱거림)과 노래(날카로운 소리)로 암컷에게 뽑히기를 원한다. 이럴 때는 무기가 아니라 치장이 선택된다. 선택받기 위한 무기가 아름다워지는경우다. 이런 성선택을 암컷 선택이라고 하는데, 암컷이 특정 수컷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동물들의 무기 진화의 목적은 짝짓기다.

동물 무기의 극대화는 암컷에게 접근하려는 수컷들끼리의 경쟁의 결과다.”(28)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동물들의 생각을 적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본능이라고 해 두자. 그렇다면 인간의 무기 진화의 목적은 무엇일까. 엠린은 인간의 무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양, 성능, 크기가 변하고, 이 변화의 방향은 동물의 무기 진화의 방향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군대개미와 흰개미가 굴에서 메뚜기나 거미를 방어할 수 있다. 인간 도시의 성벽 기능이 이와 비슷하다. 아무리 힘센 군대도 좁은 성 안으로 들어가 일제 공격하기가 어렵다. 13세기 무렵 중동과 유럽에는 3만 개 이상의 성이 있었다. 인간이 손으로 만든 가장 비싼 건축물이다. 이 휘황찬란한 건축물도 화약의 발명으로 가치를 잃는다. 대포의 파괴력은 더 이상 성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이제는 지하로 깊이 내려가야만 안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물망처럼 분산된 굴과 벙커로 진화한다. 미국 샤이엔산의 벙커가 그 예이다. 이 벙커는 30메가톤의 핵무기가 2km 밖에서 폭발해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한다. 수용 인원은 1100명 정도나 된다.

 

저자는 2년간 쇠똥구리 7세가 태어날 때까지 쇠똥구리의 무기 진화를 연구했다. 이를 통하여 얻은 답은, 더 긴 뿔을 가진 수컷들을 씨내리로 선택한 집단의 수컷들은 뿔이 더 길어졌다. 더 짧은 뿔을 가진 수컷을 씨내리로 한 집단의 수컷들은 예전보다 뿔이 더 짧아졌다. 더 흥미로운 것은 뿔과 같은 무기가 커지면서 눈이 작아졌다. 눈의 발육 부진은 이용 가능한 영양분의 제약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한 가지 구조의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한다는 것은 그 자원을 더 이상 다른 구조의 성장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하, 그래서 인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신체는 드문가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인간도 어느 한 가지는 특화되어 태어난다는 것. 즉 한 가지 재능은 다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한 나라의 살림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자연 자원이나 경제적 자원도 어디에 얼마큼 쓰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의 양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가 예산을 무기 개발과 같은 국방비에 쓰느냐, 아니면 복지비에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나라마다 군비경쟁에 국가예산을 적게 쓰고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 좋겠다.

 

엠린은 동물의 무기 진화와 인간의 무기 억제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는 농게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무기를 과시하고 군사력을 광고하는 것이다. 농게들은 끊임없이 서로 도발하며 약점을 잡아 밀치락달치락하고, 집게발을 서로 문질러 댄다. 농게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대결은 실제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끝난다.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강하면, 약한 국가가 물러서거나 압도당함으로써, 갈등은 격화되기 전에 끝이 난다.”(288)

그러면서 미국과 소련의 무기 경쟁의 종결을 언급한다.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은 자유재량 자원을 초과하는 지출을 했다. 거대한 뿔을 만들기 위해 자기 뼈에서 칼슘과 인을 뽑아낸 큰뿔사슴처럼, 소련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나치게 소모한 것이다. 그래서 소련의 사회복지 계획은 심각하게 악화되어, 소련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열악해졌다. 그러한 지출 패턴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서, 결국 199112월 소련은 무너졌다.”(296)

 

냉전 시기는 지났다. 그렇다고 무기 경쟁이 멈춘 것은 아니다. 냉전시대초기엔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겨뤘지만, 경쟁이 진행되면서 핵탄두의 값이 싸졌다. 잠수함,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재래식 무기 비용은 상승했지만, 핵탄두 자체는 더 작아지고 싸졌다. 생물무기는 더 싸다. 수많은 국가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많은 정부의 손에 대량 살상 무기가 들어가게 되고 악한 개인(테러리스트)도 이를 소유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들 모두가 단 한 번만이라도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면 이 지구의 생명체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동물의 경우, 더 이상의 극한 무기가 한계점에 다다르면 검치류나 공룡처럼 멸종한다. 우리 인간이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된다.

 

이빨과 뿔 등의 무기는 분명 동물의 신체 일부다. 이 무기들은 DNA로 유전되는 생물학적 진화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동물에게도 문화적 진화가 존재한다. 바로 흰개미의 요새, 거미줄, 쥐의 땅굴 등은 무기와 다름없다. 문화 정보가 광범위하게 학습되어 진화된다. 인간의 무기는 분명 문화적 진화다. 인간의 무기는 DNA가 아닌 문서와 컴퓨터로 기록되고 대량으로 전달된다. 인간의 무기 진화가 더 위협적인 이유다. 초록별 지구. 인간이 생존의 위협 없이, 다른 생명체와 함께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거를 위하여 인간의 극한 무기는 멸종되어야 한다. (201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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