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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저녁달 클래식 4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경일 기획 / 저녁달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대한 개츠비
-닿을 수 없는 빛을 향한 위태로운 항해
‘위대한‘이라는 형용사는 이 소설에서 가장 역설적인 수식어다. 제이 개츠비가 세운 금빛 성곽은 찬란했지만, 그 이면에는 초라한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한 남자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서려 있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닉이 바라본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는 얼핏 성공의 정점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주인을 모르는 손님들의 무관심과 소비되는 쾌락뿐이었다.
개츠비는 과거의 가난했던 ‘제임스 개츠‘라는 본모습을 혐오하며 스스로를 새로 창조해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은 때로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닉의 앞마당을 허락 없이 꽃집처럼 꾸미고, 고장 난 시계를 붙들며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순애보보다는 뒤틀린 집착의 잔상을 보았다. 그는 미래의 화려함을 수단 삼아 5년 전 멈춰버린 시간을 복원하려 애쓰지만, 그가 붙들려 했던 것은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의 망령과도 같았다.
바다 건너 데이지의 선착장에서 명멸하던 ‘초록색 불빛‘은 개츠비에게 닿을 수 없는 빛과 같았다. 하지만 그 불빛은 실제로 데이지의 손을 잡는 순간, 그저 평범한 전등으로 전락하고 만다. 환상은 현실의 손길이 닿는 순간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냉혹한 진실을 개츠비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톰과 데이지 같은 인물들이 자신들의 부와 무책임함 뒤로 비겁하게 숨어버릴 때, 화려한 파티가 끝난 자리에 남겨진 것은 고독한 수영장의 차가운 정적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초록색 불빛을 보며 과거를 향해 끊임없이 노를 저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거대한 조류는 우리를 기어이 현재라는 해안가로 밀어낸다. 개츠비의 비극은 그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려 했던 모든 인간의 서글픈 초상이자, 가짜 자아 위에 세운 환상이 얼마나 쉽게 바스러지는지에 대한 담담한 경고다. 화려함이 걷힌 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결국, 한 남자의 허망한 뒷모습이었고 먹먹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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