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 - 내 삶에 관대함을 가져다주는 '자기자비'의 힘
이서현(서늘한여름밤) 지음 / 웨일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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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완벽주의는 때때로 나를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둔다.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망설임은 대개 "어제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되곤 했다. 책에서 말하는 '인지적 왜곡', 즉 중립적인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은 나의 일상에 녹아있었다. 긴 시간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해내고도, 그 과정에서 느낀 순수한 몰입보다 결과물의 미세한 틈에만 집중하며 스스로의 노력을 0으로 돌리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책에 등장하는 '얼룩진 안경'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멈춰 서게 했다. 연습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선 하나가 그어졌을 때, 그간의 시간을 부정하던 나는 과연 타인에게도 그토록 가혹했을까. 생판 모르는 누군가가 이제 막 시작한 선을 그릴 때 나는 분명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건넸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만 유독 엄격했던 기준들이 사실은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얼룩이었음을 실감한다.

저자는 완벽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창한 성취보다 오늘 하루를 영위하기 위해 애쓴 아주 기본적인 자기 돌봄의 가치를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100이 아니면 0이라는 흑백의 시선에서 벗어나, 부족해 보이는 점수일지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 채워지지 않는 갈증처럼 느껴졌던 그간의 독서와 연습들이 사실은 나를 천천히 채워가는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은 여전히 낯설고 서툴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적어도 내가 가진 그 예민한 감각들이 나를 깎아내는 칼이 아니라 나를 보듬어주는 섬세한 시선이 되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존재의 완벽함이 아니라, 나아가는 과정의 성실함을 긍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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