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이 작품은 한 외로운 방랑자가 거친 바다를 건너 신비로운 섬에 닿으면서 시작돼요. 긴 항해에 지친 주인공은 숲과 정원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잊고 있던 감각과 추억을 하나씩 되살립니다.
그러다 정원 한쪽, 고요한 덤불 뒤에서 황금빛 공을 던지며 밝게 웃는 여인들을 발견해요. 하지만 여인들과 눈이 마주치자, 주인공의 마음은 금세 부끄러움과 두려움으로 움츠러듭니다. 이윽고 여왕이 등장하는데요. 장중하면서도 따뜻한 품격을 지닌 그녀가 바라보자, 그 앞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순수와 과거의 열망을 직면하며,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방황과 부끄러운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슴을 짓누르지만, 여왕은 그의 눈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순수한 열망과 회복을 향한 마음을 읽어내고 여왕은 그를 여인들과 교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 덕분에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마음은 점점 따뜻해지고, 내면은 차츰 맑아지고 예술과 열망만이 아니라, 삶의 기쁨과 휴식, 순수한 즐거움을 발견해 가며, 사람과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며 회복의 길에 들어섭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한때 길을 잃고 스스로 상처 입더라도, 마음속 깊은 곳의 순수한 열망만 지니고 있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과 기쁨, 그리고 진정한 만남은 지친 영혼을 치유하며 잃어버린 빛을 되찾게 해 줍니다.
이 산문집은 헤세 특유의 섬세한 문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떨림이나 풀밭 위로 스며드는 햇살 같은 표현들이 한 장 한 장의 풍경처럼 펼쳐지는데요. 마치 제가 그 신비로운 섬을 걸으며 바람과 햇살을 느끼는 기분이었어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예술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산문집은 방황과 상처, 그리고 회복의 여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에요. 조용히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맑아지고, 잃었던 평온과 생명력을 되찾는 경험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는데 그런 방황과 부끄러움 속에서도 마음 깊숙한 곳에 숨은 순수한 열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때,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빛을 되찾을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