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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 당신의 민원을 보여주세요
최혜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은 현대인이 겪는 공허함과 불안을 치유하고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경쟁과 성취의 굴레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내면을 돌아보고 진짜 자신을 마주할 용기의 중요성을 전한다. 또한 타인의 기대가 아닌 스스로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조용한 마을에서 자란 엘리에게 ‘의자 관리국’은 늘 신비롭고 매혹적인 곳이었다. 중앙 센터로 가는 유일한 관문이자, 마을의 핵심 인물이 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관리국의 비밀스러움은 엘리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그곳에 취업하게 된다.
의자 관리국의 모든 업무는 대외적으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이름과 달리 이곳은 단순히 의자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관리국의 진짜 목적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를 조용히 제공하고, 세상의 혼란을 막는 데 있다. 그래서 관리국의 모든 활동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직원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거대한 기계와 전광판이 쉼 없이 돌아가는 생산부, 형형색색의 형광빛과 자유로운 공상이 허락된 디자인부, 그리고 여전히 베일에 싸인 다른 부서들까지. 관리국의 복도들을 걷는 매 순간은 마치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듯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신입 직원으로 채용되어 입사한 엘리는 민원 관리부에 배치된다. 민원 관리부는 단순히 불만을 듣고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민원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부서다.
엘리는 첫 의뢰인의 인적 사항이 담긴 파란색 서류철을 건네받는다. 첫 번째 민원은 “아무리 의자를 높게 쌓아도 만족스럽지 않아요.”라는 내용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문장 속에 담긴 진짜 문제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엘리의 첫 과제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엘리는 ‘텔링크’를 통해 의뢰인의 정신세계로 들어가, 주변인의 시선으로 그의 삶을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며 답을 찾아야 한다.
『의자 관리국』에서는 공허함과 불안을 안고 있는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완벽을 추구하며 팀원들에게 과도한 업무와 야근을 요구하던 안상진 팀장은, 동료들의 험담과 냉랭한 팀 분위기 속에서 점점 지쳐간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던 마음은 아버지의 무시와 세상의 기대 속에 봉인되었고, 그는 높은 자리를 통해서만 자신을 증명하려 애쓴다. 그러나 승진의 기쁨보다 허탈감이 앞서며, 그는 아무리 의자를 높게 쌓아도 만족스럽지 않다.
주인공은 텔링크를 통해 그의 정신세계로 들어가 아내의 시선으로 안상진을 바라본다. 사무실 한편에 놓인, 오래전 그가 직접 그린 가족 그림을 발견하며 봉인된 그의 과거와 진짜 자아가 드러난다.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 그리고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의 기대, 사회적 타이틀,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라는 역할에 갇혀 있던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과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은 경쟁과 성취의 굴레 속에서 공허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내면의 목소리를 직시하고 ‘나다운 삶’을 선택하는 용기의 중요성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의자 관리국』의 두 번째 민원은 연예인 이체리씨의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라져 버린 내 의자를 찾고 싶어요.”라는 민원은 진정한 자신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드러난다. 앨리는 텔링크라는 기계를 통해 그녀의 내면과 과거를 들여다본 앨리는, 민원인의 가면을 쓰고 살며 느껴온 불안을 이해하게 된다.
작품은 텔링크라는 장치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혼란과 불안 속에서 진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지셀리나의 조언과 신입 직원 앨리의 따뜻한 관찰이 더해져, 민원인들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치유받는다. 특히 이체리와 연지의 관계는 우정과 자기 수용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그런 우리를 다정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로 다가온다.
『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용기와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세상의 혼란을 막는다’는 대의 속에 숨은 관리국의 신비로운 일상을 신입 직원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그려낸 책이라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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