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정원 - 2000년 지성사가 한눈에 보이는 철학서 산책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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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의 정원』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담아낸 입문서입니다. 이 책은 철학자들의 사상이 '나다운 삶'을 찾는 현대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책은 복잡한 세상을 헤쳐나갈 실질적인 삶의 지혜와 깊은 성찰을 건넵니다.

이 책은 독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주제별로 목차가 나와 있어 자유롭게 펼쳐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각 사상의 난이도가 표기되어 관심과 수준에 맞는 독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철학 용어의 해설이 충실하여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철학이 이해하기 어려워 포기했던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에서 찾은 삶의 방향과 본질

이 책에 담긴 철학자들의 사유와 문장들은 삶의 근원적인 질문과 맞닿아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밑줄 그을 만한 명문장들이 가득했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세네카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를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역설하며 날카로운 반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장애는 내일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내일에 의존하면 오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세네카 -인생에 짧음에 관하여

우리가 흔히 미래의 안정과 성취만을 좇다가 정작 '지금, 여기'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는 습관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삶의 충만함은 현재에 있으며, 매 순간을 제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깨달음을 줍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방향을 갖는 삶의 태도를 제시합니다.

"일하라 그러나 비참하게 일하지도 말 것이며, 남에게서 연민을 이끌어내거나 감동을 안겨주기 위해서 일하지도 마라. 그저 한 가지 일에 뜻을 두고, 사회적 이성의 명령에 따르듯 행동하거나 혹은 행동하지 마라."

아우렐리우스 - 명상록

이는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위한 내면에 집중하는 삶의 중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오직 공동체적 이성(사회적 이성)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묵묵히 행하라는 메시지는, 자기 존중을 기반으로 한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행복, 비움, 그리고 연대의 가치

행복에 대한 철학자들의 조언은 삶의 시야를 확장시킵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의 비결을 객관성에서 찾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객관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는 자유로운 정서와 폭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확보한다."

버트런트 러셀 - 행복의 정복

행복을 찾으려 애쓸수록 오히려 좌절하기 쉬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됐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행복이 자연스럽고 쉽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또한, 노자의 『도덕경』에 담긴 비움의 철학은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진흙을 반죽하여 그릇을 빚는데, 그 비어 있음에 그것의 쓰임이 있다. 문이나 창을 달아 방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에 방의 쓰임새가 있다. 따라서 유(有)가 이로운 것은 무(無)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 - 도덕경

이는 채움보다 비움의 가치를 나타내는 구절입니다. 끝없는 목표와 성과에 집착하다가 번아웃을 경험했을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그릇의 쓰임새가 그 빈 공간에 있듯, 우리 삶에도 쉼과 비워냄의 시간이 있어야만 새로운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진정한 작용과 잠재력이 생긴다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행복해지려면 타인의 행복을 응원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버트런드 러셀 - 행복의 정복

이러한 철학자의 태도는, 멈춰서서 삶의 방향을 점검하게 만듭니다. 나아가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연대의식을 회복시키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저는 비로소 멈춰 설 용기를 얻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대 철학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현실적인 지혜로 다가왔습니다.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지금 멈춰 설 용기와, 삶을 헤쳐나갈 지혜를 건네줄 책, 『철학의 정원』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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