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뇌과학 -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작은 연습 53가지
엠마 헵번 지음, 노보경 옮김 / 이나우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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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행복은 늘 곁에 있으면서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우리가 왜 쉽게 만족을 잃고, 왜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행복을 심오한 철학이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습득 가능한 기술, 다시 말해 연습을 통해 다듬을 수 있는 능력으로 본다는 점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착 오류(arrival fallacy)’에 대한 설명이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을 얻으면, 혹은 결혼하면 행복할 거야”라는 믿음은 끝없는 유예를 낳을 뿐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행복은 미래의 특정 시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고 누리는 과정에 있다. 저자는 이 주장을 단순한 위로나 이상론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뇌의 작동 방식을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행복을 긍정적인 감정만으로 채워야 한다는 오해를 바로잡는 대목도 공감됐다. 우리는 행복을 웃음과 즐거움의 총합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분노와 슬픔 같은 감정도 삶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다. 저자는 “나쁜 감정을 억누르면 오히려 감정 전체의 크기가 줄어든다"라고 지적한다. 즉, 불편한 감정을 없애려 애쓸수록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 감정까지 함께 약해진다는 뜻이다. 결국 행복은 특정 감정만 붙잡아두는 상태가 아니다. 다양한 정서를 인정하고 균형 있게 다루는 능력이 행복으로 이어진다.



특히 ‘뇌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려고 설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뇌는 철저히 생존을 우선한다. 그래서 위협을 크게 느끼고, 부정적인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며, 미래를 떠올릴 때도 현재 기분에 휘둘려 과장하거나 왜곡된 예측을 한다. 이 특성을 이해한 순간, 내가 왜 작은 불편에도 과도하게 흔들리는지 조금은 납득할 수 있었다.



책에서 제시하는 ‘행복 샌드위치’의 비유도 신선했다. 행복은 한 번 완성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집이 아니라, 매 순간 재료를 바꾸고 다시 쌓아가는 샌드위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나만의 재료(호기심, 감사, 소소한 성취 등)를 인식하고, 불필요한 재료(비교, 완벽주의, “늘 행복해야 한다"라는 강박)를 골라내는 과정이 결국 나의 행복을 만든다. 이 비유를 통해 행복을 대단히 복잡하고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라, 매일 만들 수 있는 작은 선택으로 바라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특히 타인과 비교하거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행복을 방해하는 재료라는 저자의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행복은 거창한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행복을 뜬구름 잡는 이상이 아닌, 뇌과학이라는 견고한 현실 위에 놓는다는 점이다. 덕분에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차곡차곡 배워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행복의 뇌과학』은 행복을 먼 미래의 목적지가 아니라 오늘 내가 만들어가고 조율해야 할 과정으로 되돌려놓는 책이다. 삶의 순간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작은 전환점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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