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희경의 《천천히
와》는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통해 삶과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아니라,
불확실함을 품은 채 내면과 조심스레 만나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책에서 말하는 "기다림을 쓴다"라는 표현은 기다림을 멈춘 시간이
아닌, 흐르는 시간 속 순간들을 기록하며 머무르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런 자세가 곧 삶을 대하는 섬세한 방식임을 고요히 전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특별할 것 없어 스쳐 지나갈뻔한 하루의 조각들이 저자의 섬세한 눈길을
거쳐 새롭게 빛났다. 글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소소한 풍경과 감정이
조용히 번져 나와, 내면에 천천히 스며드는 듯했다.

가장
깊이 와닿은 대목은 ‘불안과 모르겠음’에 관한 시선이었다. 저자는 불안을 삶의 적으로 여기지 않고, 변화하는 일상 속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바라본다. 마음속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오히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구절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불안이 사라질까 두렵다'는 표현은 불안을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들었고, 불확실함을
밀어내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록하는 저자의 태도가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겠다고 느꼈고, 그렇게 불안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 한쪽이 단단해지고 평온해졌다. 그 평온함이 내 삶에도 천천히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
《천천히
와》는 우리에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을 조용한 온기처럼 전한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때로는 답답한 마음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임을 느끼게 한다. 속도를 낮추고 자신과 주변을 부드럽게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삶이라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