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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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


여기 오스트리아의 예술의 도시 '빈'의 부유한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나 풍족한 유년 시절을 보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유럽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작가로 명성을 떨친 '슈테판 츠바이크'이다.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2번의 세계대전 중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망명생활을 하던, 육십 세가 되어가는 나이에 적은 자신의 회고록이다.


첫 페이지부터 츠바이크와 그의 아내 로테 알트만이 나란히 누워있는 사진과 두 사람의 유서로 우리를 맞이한다. 유럽의 중심에서 활동하던 작가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타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42년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아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알지 못하고 이 책을 펼친다면 다소 충격적인 시작일 수도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츠바이크는 삶에서 더 이상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던 때에,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했다.


나는 정신적 작업이 언제나 가장 순수한 기쁨이었고 개인의 자유가 이 세상 최고의 가치였던 삶을, 더 늦어지기 전에 반듯한 자세로 끝맺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p.10(츠바이크의 유서 중)


_죽기 전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만나는 유럽의 모습과 당대 거장들


책은 츠바이크가 일컫는 '안정의 황금기'였던 오스트리아의 평화로운 배경부터 시작해서 역사상 유례없는 혼란의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여행을 좋아했던 저자이기에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의 옛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한 사람이 남긴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고 기억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주관적인 시각이지만, 또 지극히 사실만은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풍족한 유년 시절을 보낸 츠바이크이기에 책에는 유럽에서 당대 유명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앙리 바르뷔스, 로맹 롤랑, 제임스 조이스, 막심 고리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토마스만, 프로이트, 로댕, 릴케, 랭보 등 수많은 인물들의 만남과 그들에 대한 일화가 담겨있다. 일찍부터 지식인의 반열에 올랐던 츠바이크이기에, 독자는 츠바이크의 생애를 따라가며, 동시대를 함께한 유명 인사들을 만나는 귀중한 시간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츠바이크의 유년 시절, 그리고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던 초기에는 유럽 전체가 평화와 번영의 기운만이 감돌았다. 이 당시 츠바이크는 자신의 문화적 소양과 지식을 쌓기에 더없이 좋은 시절을 보낸다. 그에게 '자유'는 언제든 기꺼이 선택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세계가 펼쳐지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전혀 다른 삶과 마주하게 된다.



_ 끝내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유대인 : 디아스포라


나치의 박해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대인들에게 유럽은 태어나고 자라 평생을 지내온 자신들의 고향이었다. 비록 한 민족이 유럽의 전역에 흩어져 자신들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만족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츠바이크도 예술의 도시이자 자신이 태어나 애정이 듬뿍 담긴 오스트리아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하지만 히틀러 한 사람의 그릇된 사상으로 전혀 다른 삶이 유대인들에게 주어진다. 그들은 망명길에 오르게 되고 또다시 방랑자처럼 전 세계를 떠돌게 된다.

결국 인간에게는 자신의 방랑을 시작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정적인 곳이 필요한 법이다. .p.267



_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다


츠바이크의 시선에서 만난 전쟁의 참혹함은 책을 통해 생생히 전해졌다. 그가 자신이 본 것을 기록으로서 남겼고 그 참상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동시에 환호하는 시민들과 영웅이 되고자 참전하던 이들은 그들의 선택이 어떤 비극을 맞이할지 알지 못하던 시대였다. 그리고 몇 년 후 2차 세계대전의 시작은 이전에 겪었던 전쟁의 상흔으로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더욱더 참담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품고 셰익스피어의 말을 떠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어두운 하늘은 폭풍우 없이는 결코 개지 않는다."

p.626





히틀러가 훗날 나에게서 아무리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고 할지라도, 내가 적어도 십 년 동안 내 뜻대로 가장 내밀한 자유를 누리며 유럽적으로 살았다는 뿌듯한 마음, 그것만은 그 히틀러조차도 결코 내게서 압수하거나 방해할 수 없었다.

p.537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억압 없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의 소중함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자유'는 나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암흑의 시대를 지나고 나서야 쟁취한 평온한 일상임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츠바이크는 히틀러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내면에서 누렸던 자유에 대한 기억은 결코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로 히틀러를 이겨낸다. 자유 의지는 꺾으려 한다고 꺾이는 것이 아님을, 츠바이크는 알고 있었고 세월이 흘러 역사가 증명했다.


또한 이 책은 현대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여전히 그릇된 시각이 존재하고, 극단적인 사상이 소수의 사람들을 지배한다. 그리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속에 편향된 생각과 극단적인 선동이 공존한다. 츠바이크가 말한 일상을 파고드는 위험한 '작은 긴장'들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느끼고 있다. '작은 긴장'이라는 단어가 책을 읽은 후 예리하게 파고드는 기분이다.


츠바이크는 모든 사상이 공존하며 충돌하거나, 변해가던 격동의 세월과 마주한 생애를 살았다.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과 빼곡한 문장이었지만, 그의 평화로운 글에서 번져가는 긴장감이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한 사람의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동시에 만나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지금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 작품을 애정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치시대를 온전히 살아낸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과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한 유대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조르조 바사니 작가의 ⟪ 핀치콘타니가의 정원⟫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삶에서 사라졌다. 이들의 이야기는 내용과는 다르게 절제되어있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를 기억해야한다. 그것이 암울했던 시대를 글로써 기록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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