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오디세이>가 개봉한 첫날, 영화를 봤었고, 영화에 다 담지 못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원작의 숨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찾아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고 이런저런 책들에 밀려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았다. 장엄함보다 간결함이 있고, 웅장함보다 정수를 담아낸 이 책은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물음표를 지워주기에 충분하면서, 또 빠르게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_ 간략한 줄거리
⟪ 오디세이 ⟫의 내용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트로이의 전쟁으로 10년,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 10년. 그렇게 총 20년이나 떠나있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오디세우스 왕의 험난한 여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총 12척의 배로 고향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대략 11번의 험난한 과정이 숨어있다. 그 과정 속에서 신 포세이돈의 외눈박이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르게 되고, 이에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게 된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여정을 방해하는 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디세우스를 도와주는 신 아테나의 도움도 있었기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하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_ 영화에서 누락된 부분과 각색된 부분
영화와는 다르게 태양신의 딸이자 마법사 키르케가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오디세우스가 구출한 후에도 먹고 쉬며 그곳에서 1년을 더 머물렀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거의 바로 출발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설정 같다. 또 영화에서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있는 섬에서 아가멤논의 비중이 크게 나왔지만, 원작에서는 신의 아들 아킬레우스와의 대화도 꽤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고향에서 왕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무기를 숨기고 결투하는 부분에서 아들 텔레마코스의 활약도 영화와 다소 다르게 전개되며,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의 경우도 오디세우스를 보고도 단번에 믿지 못하고 둘만 알고 있는 비밀을 말하도록 질문을 유도한 후, 오디세우스가 답을 하자 그제야 믿게 되는 부분도 영화와 달랐던 부분이다. 아무래도 영화는 긴장감과 극적인 연출이 필요하기에 원작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게 각색한 듯하다.

_ 가독성 좋고 재미있는 ⟪오디세이 ⟫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
이 책은 제목처럼 원문에서 중요한 내용만을 가려내어 번역한 초역이다. 현대적인 언어로 가독성이 좋고, 24권의 방대한 서사를 압축적이면서 밀도 있게 다루었다. 기존의 <오디세이> 책들은 원전을 직역하여 어려운 옛 고어적 표현을 따라가기 힘들고, 긴 대화체가 낯설어 읽어나가기 힘들다는 리뷰를 종종 보았다. 이 책은 그런 불편한 점이 없기에 나조차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고, 간략하면서도 중요 내용을 빠짐없이 재미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다. ( 등장인물에 대한 핵심 설명도 들어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인물들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다. )

_ ⟪ 오디세이 ⟫를 따라가며, 함께하는 통찰의 시간
3천 년을 살아남은 한 영웅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으로서 고뇌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과 여러 가지 경험들을 만나게 된다. 단순히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다 읽은 후 혼자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책이 아니라, 매 차트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경험을 '통찰의 초역'코너를 통해 함께 생각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고전소설의 범위를 넘어서 인문학적인 관점도 매 순간 들여다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책의 뒷부분에는 '명언 100선'이 추가로 실려있어, 책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신을 두려워해야 하는 법이오."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