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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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홍선기 님이 엮은 모티브 출판사의 세계문화전집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첫 번째 세계문화전집은 ⟪ 안부를 전하며 ⟫ _ 헤르만 헤세 와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로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안부를 전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고, 두 번째 세계문화전집은 ⟪ 만나지 않은 쌍둥이 ⟫_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를 만나는 책으로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세 번째 책은 ⟪ 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와 오귀스트 르누아르 거장의 이야기로, 노란 파스텔톤의 환한 책 표지와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일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어떤 공통된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우려했던 제목처럼, 두 거장은 결혼 전 사생아 자녀를 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첫째 아들인 티모페이

르누아르는 사생아 딸 잔 마르그리트 트레오


사생아로 태어난 두 자녀는 이복형제들과의 사이에서도 맏이였으며, 철저히 숨겨진 채 삶을 살아야 했다. 티모페이는 톨스토이와 닮았고 더 잘생겼다고 전해지지만, 이복형제들의 마부로 살았고, 잔 마르크리트 트레오는 조용히 숨죽여 살아왔고 사진 한 장만이 남아있다. 아버지가 화가인데도 불구하고 딸을 그리지 않았다. 톨스토이라는 대문호는 그의 일기나 기록에 아들에 대한 기록은 단 한 줄 정도로 짧게 담았다.


사생아를 대하는 거장의 두 행보와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는 책으로, 급한 마음에 중간부터 읽으면 안 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내려가야 하는 책이다.


먼저 두 거장을 알아보자.


레프 톨스토이(1828.08.28 ~1910.11.07 )

- 부유한 백작 가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남.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라났다. 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기도 했으며, 젊었을 때 방탕한 빠져들기도 했다. 러시아 농노제의 폐지를 지지하기도 하였으며, 농민들의 삶과 처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 러시아 대문호. 소설가

- 배우자 : 소피야 톨스타야 (1862 ~1910 )

- 자녀 :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13명의 자녀 중 5명이 일찍 죽음. 그리고 사생아 아들 티모페이(1861년생)

- 주요 저서 :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바보 이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크로이체르 소나타. 악마 등

- 말년에 자신의 작품 저작권과 재산을 농민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언으로 아내와 마찰이 심해졌다. 어느 추운 날 기차 안에서 폐렴에 걸리고 외딴 간이역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02.25 ~1919.12.03 )

-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 / 밝은 화풍의 여성 초상화를 주로 그림 / 왕실의 인정을 받고 유명한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인상주의 화품에서 고전 회화로 화풍을 바꾸는 시도를 한다.

- 사생아였던 할아버지, 그리고 가난한 집에서 여섯째 아들로 태어남

- 배우자 : 알린 샤리고

- 자녀 : 장남 피에르 르누아르(1885) , 차남 장 르누아르(1894. 유명한 프랑스 감독) , 막내 클로드 르누아르(1901). 그리고 사생아 딸 잔 마르그리트 트레오(1870년 출생)


책의 제일 앞머리에는 책을 읽으면서 같이 들으면 어울리는 클래식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고 르누아르의 그림들이 설명 없이 쭉 나열되어 있다. 클래식과 함께 들으니 마치 미술관에 와있는 느낌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책은 톨스토이의 소설 ⟪ 주인과 일꾼 ⟫ 을 읽고 나서, [ 들어가며 ] 가 p.150에서야 등장한다. 그만큼 ⟪ 주인과 일꾼 ⟫이 중요한 소설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책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재단할 만큼 정말로 완전무결한 삶을 살았는가?

세상은, 정말로 그렇게 단순한가?

p.157


뒤이어, 톨스토이의 사후에 밝혀진 작품 ⟪ 악마 ⟫ 와 ⟪ 크로이체르 소나타 ⟫ 를 만날 수 있다. 세 작품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톨스토이는 평생을 인간을 사랑하라고 외쳤다.

르누아르는 행복의 화가, 기쁨과 환희의 화가로 불리었다.


두 사람의 삶은 빛과 사랑으로 가득했을까. 아니었다.

톨스토이는 그의 글에서 '죄'와 무엇인지 깊이 고뇌하였고, 르누아르는 밝은 빛과 대비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뭐가 되었든 이게 더 낫지. 이런 의심과 부끄러움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그는 그 죄 - 생각의 죄 -를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떨렸다.

p.223 ⟪ 악마 ⟫ 중


가장 심한 정신병자란, 자기 안에 있는 건 못 보면서 남에게서만 광기의 징후를 보는 자들임이 분명하다. p.271

p.271 ⟪ 악마 ⟫ 중



이번 책에서는 인간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그 치부를 우리가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뇌하게 만든다.


과오 : 잘못이나 실수, 그릇된 판단


인간은 누구나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작든 크든 살면서 하게 된다. 젊은 패기로, 또는 인간의 본성으로, 또는 실수로. 그 과오는 평생을 따라다니는데, 타인에게는 이중적인 사람으로 남겨지고, 자신의 내면 또한 혼돈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두 거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젊은 시절 실수로 사생아를 낳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이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짐과 같다. 세상에 당당히 밝힐 수 없기에 양심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톨스토이와 르누아르의 의외의 면, 인간적인 면모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의 행보는 사뭇 달랐지만, 둘의 마음은 닮아있었다.


예전에 톨스토이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의 이중적인 행동에 그의 작품까지 안 보고 있던 때가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어린 아내에게 자신의 방탕한 생활이 적나라하게 적힌 일기장을 보여주는 모습, 그의 곁에서 책을 집필할 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을 줬던 아내를 말년에 힘들게 하는 모습까지. 그런 대문호를 보면서 내가 이 사람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그의 작품을 일부러 보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톨스토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가까운 이에게 이기적인 인물로 비춰지지만, 결국은 그도 숨기고 싶은 내면의 충돌로 괴로워하는 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죄로 괴로워하고 그런 자신을 소설로 적고 내면에서 두 가지 모습과 싸워야 했던 삶의 고단함이 소설에 담겨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가장 드러내기 힘든 치부나 과오는 더 말하기 힘든 것이 아닐까. 이해받지 못하는 세상에 말하는 순간 가벼운 것이 되기에, 그저 속으로 삼기고 혼자 평생을 짊어지고 간다.

그저 소설 작품만 만나거나 화가의 그림만 봤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숨겨진 이면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두 거장의 생애와 작품을 함께 다루기에 소설과 그림을 더 깊게 이해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세계문화전집 시리즈의 매력은 작품을 통해 작가를 이해하고, 작가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또하나 우리에게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속깊고 예리한 질문을 남긴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 주인과 일꾼 ⟫ 을 다시 읽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앞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일꾼 '니키타'가 주인공이 되어 읽힌다. '니키타'의 말에 가여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의 주인 '바실리 안드레이치네'의 사랑을 느낀다.


'니키타가 살았으면, 그러면, 나도 살아 있는 것이지.'

그가 의기양양하게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

p.137 ⟪ 주인과 일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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