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숨겨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지난 4천 년간 역사를 통과해 온 대표시를, 세계 100명의 여성 시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초판 한정 양장본인 덧표지는 영국 유명 화가 데이비드 인쇼의 < 배드민턴 게임 >(1972~1973) 이라는 작품이다. 한가롭게 여가를 즐기는 표지는 책의 내용과 사뭇 다르다. 여성인권이 낮았던 시대를 살아온 여성시인들이 늘 꿈꿔왔던 여유롭고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에는 고대 로마•그리스, 일본, 한국, 유럽, 중동, 남미, 아시아 국가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각국의 대표 여성 시인들이 시가 실려있다. 그 속에는 나혜석, 김명순, 히구치 이치요, 브론테 자매들, 조지 엘리엇, 루시 모드 몽고메리 등 유명한 작가들도 있으며,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시인들도 있다.
여성 인권이 낮았던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이 그 시대를 담담하게 이겨내거나, 때로는 격분하고 호소하는 시를 만나볼 수 있고, 내면의 고뇌와 상실도 만나볼 수 있다.
페이지를 펼치면, 왼쪽 면에는 에칭 스타일로 정교하게 복원한 시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데, 이 초상화가 매우 인상적이다. 단순히 시만 봤다면 어떤 사람인지 너무도 궁금했을 것 같은데, 그런 궁금증을 말끔히 사라지게 한다.
초상화 밑에는 시인의 생애를 간략하게 기록해두었고, 하단에는 왼쪽 면 시에 대한 해석이 적혀있다. 나는 왼쪽의 시를 읽고 나서 오른쪽 시인의 생애와 해석을 참고하며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한번 시를 읽어보면 확실히 처음 느낌과 다르게 다가온다.

------------------------
많은 시가 마음에 들어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 몇 편을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