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
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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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현대지성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동물은 스스로 느끼고 또 반응하고 행동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다. 그에 비해 식물에 대해서는 동물에 비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덜하다. 자신의 자리에서 우두커니 선 채, 태양이 비치는 곳을 향하거나, 자연환경에 따라 스스로 모습을 조금씩 바꾸는 정도의 식물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식물도 생생히 느끼고,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 _ 저자 소개>

생명공학을 전공한 곽준명 저자는 처음부터 식물에 관심이 있기보다 동물에 더 흥미를 느꼈다. 제약회사에 들어가 약을 개발하는 연구원이었던 저자는 '동물실험'이라는 난관에 봉착한다. 동물의 생명을 끊지 않는 연구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결국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식물을 이용한 분자유전학으로 길을 열어가기 시작하셨다. 동물들처럼 뇌도 신경망도 없고, 말을 할 줄 모르는 식물에 대해 연구할수록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_ 목차

1장 식물의 생존법

2장 대화하는 식물

3장 지구를 지키는 식물

4장 식물의 감각


책의 모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무나 식물 관련 책을 종종 읽어왔지만, 고다 아야 ⟪나무 ⟫ 와 같은 에세이적인 부분이 두드러지는 책을 읽었기에, 식물의 생육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이 책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르던 지식을 쌓아가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했다.


예술 분야에 ⟪서양미술사 ⟫가 있고, 과학 분야에 칼 세이건의 ⟪ 코스모스 ⟫ 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식물분야에 이 책 ⟪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가 있다고 본다. 책의 맨 뒤에 <참고문현>의 방대함만 봐도 이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알 수 있다.



<_ 인상적이었던 부분들>


_ 피할 수 없는 가뭄, 물 부족을 이겨내는 식물


물 부족이 불러오는 문제는 비단 마실 물이 부족해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물이 부족해지면 결국 우리가 먹을 식량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밥이나 빵, 면처럼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움식 대부분이 작물에서 온다. 고기와 유제품은 동물에서 얻지만 소나 돼지, 닭 등의 가축을 기르기 위한 사료의 주재료는 옥수수와 같은 작물이다. p.104


기후 위기와 이상 현상으로 미래에는 물 부족 사태가 초래할 것이고, 동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불가결하다. 작물이 자라지 않으면, 인간에게는 식량 고갈의 문제가 닥치게 된다. 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미래가 닥쳐올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자 막연히 불안한 미래이다.


하지만 식물연구를 통해서 앱시스산이 작용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다 보면 가뭄을 이겨내는 식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앱시스산 : 물이 부족할 때 식물의 대응 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식물 호르몬의 일종이다. 기공 조절뿐 아니라 식물의 성장을 늦추거나 씨앗의 발달과 발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막연하기만 했던 미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는데, 책을 통해서 희망을 엿보았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는 식물과학자들의 연구가 그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읽은 옌롄커 작가의 ⟪ 연월일 ⟫ 이 생각나기도 했다. 가뭄으로 땅이 말라버려 작물 하나 자라지 않는 대지에서 강아지와 할아버지가 옥수수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 노력이 결코 헛된 노력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_ 뿌리가 사는 땅 속은 더 치열하다.


나는 막연히 땅 속은 평온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편견이 깨지게 된다.


땅 속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평화로운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인근에 자리 잡은 다른 식물들의 뿌리와 곤충,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까지 온갖 위협 요인이 득실거린다. 식물은 이 모든 위협을 피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과 양분을 흡수해야 한다. p.148


식물은 땅속의 여러 위협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고 주위 한경을 자신에게 맞추고 조율한다. 그러기 위해서 '뿌리삼출물'을 방출하는데, 같은 종과는 서로 침범하지 않고 잘 지내고, 다른 종의 식물에게는 접근 금지 경고와 위협을 가한다.

뿌리도 의사를 표현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각자가 살아내기 위해 힘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_ 식물도 과거를 기억한다


인간은 과거를 잘 기억한다. 그 과거가 좋은 기억일때보다 좋지 않았던 일이라면 잊혀지지 않고 심하면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자리를 지키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식물에게 과거의 위협이나 스트레스는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가뭄이나 고온 혹은 물리적 충격이나 병원균의 공격 같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식물은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유사한 환경 스트레스에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p.175


그런데, 뇌가 없는 식물은 어떤 식으로 기억할까. 책에서 말하기를, 식물의 학습은 모두 세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첫 번째는 단백질의 형태로 기억하고, 두 번째로는 DNA에 흔적을 남겨서 저장한다.


< 느낀 점>


책 안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실험에서 애기장대라는 모델 생명체를 사용하는 이유, 동물보다 더 정교한 식물의 알아차림, 뇌 없이도 판단하는 식물, 농사가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간을 공격하는 식물이란, 식물도 소리를 내는 점,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는 식물, 대기를 정화하는 식물,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들로 가득하여 읽는 내내 책을 통해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를 목도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기후 위기'에 따른 심각성과 식물을 통해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을 살릴 수 있거나, 가뭄을 이겨내거나,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식물의 힘은 가시적으로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지만, 실현 가능한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여리고 작은 식물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단단한 생명체라는 점이 경이로웠고, 큰 울림을 주었다.


나처럼 식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한번 읽고 끝날 책이 아니라. 재독해야하는 책이다. 책을 덮고 식물이라는 생명이 더욱 소중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자그마한 몸집으로 큰일을 도맡은 식물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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