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개
엘리자베스 매켄지 지음, 김진희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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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비채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좋은 책 제공해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현대의 삶은 날이 갈수록 완전무결한 삶의 방식과 태도를 추구하는 분위기이다.

누군가의 작은 실수, 어설픈 행동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왜 그랬어? 제대로 했어야지."

"그런 행동이 올바른 행동이야?"

라며 명확하고 똑똑하게 행동하기를 강요하는 시선들을 보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삶의 방식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조금은 서툴고, 어딘가 어설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혀 완벽하지 않고, 싸우기보다 회피전략으로 맞선다.

그런데 허둥지둥 곳곳에서 여유가 묻어나고, 등장인물들의 너른 마음이 드러난다.


_ 줄거리


주인공 35살 페니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직장도 그만둔 상황에서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오게 된다.그곳에서는 평생 잊지 못할 쉼 없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의사이신 할머니의 담당 회계사 버트 램피가 주인공을 마중나오고 둘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어느 날 버트 램피가 응급실에 실려가게 되고, 그의 동생 데일 램피와 만나게 된다. 둘 사이의 완벽하지 못했던 대화로 오해가 생기게 되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지속한다.


회계사 버트 램피와의 만남 이후 정해진 숙소는 사무실 바닥의 개털이 낭자한 침낭이고, 같이 타고 온 바다색의 차(이름 : 북쪽의 개)는 폐차 직전이다.

친어머니와 새아버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실종 상태이다.

주인공의 할머니는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시고 한 성격하신다. 침입자를 바주카포로 보이는 무기로 위협하는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는 건 비밀작전을 펼칠 만큼 어렵고 정신 못 차릴 일이다.

인자한 할아버지는 재혼한 여성분의 제멋대로에 지쳐있고 손녀에게 와달라고 한다.

호주에 있는 동생은 오랜 기간 비어있는 덤불 같은 집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고 싶어 한다.


소설은 단 하루라도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고, 엉망진창인 매일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하나를 막으면 또 다른 하나가 터진다.

좌충우돌, 허둥지둥, 동시다발

이 소설은 에피소드들이 알알이 꽉 채워져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 속 문장 >


"할머니의 어떤 점이 좋으신 건데요?"

"할머니는 독창적 사상가예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어리석은 짓은 용납하지 않으시죠.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그리고 황소처럼 강인하죠. 한 가지 알려줄게요. 당신도 할머니가 개에 뛰어오르는 걸 봐야 해요." p.23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때로는 나보다도 낯선 사람이 더 잘 안다는 사실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p.88


"셔먼,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야. 그리고 너에게는 그 고된 시련에 맞설 기회가 있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줄 필요는 없단다." p.223


기내에는 무려 여덟 명의 의사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이 흥미진진한 상황에 저마다 한몫 거들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비행기 뒤편으로 몰려들었다. p.225


그날 저녁 잠시 나는 온전해진 듯했다. 심지어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삶은 내 주변에서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다. p.336


"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기 두려운 것 같아요."

"모른 채로 있는 것도 끔찍할 거예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으니까요." p.207


<  _ 감상평 >


블랙코미디의 장인으로 불리는 작가이지만, '블랙'다운 분위기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코미디'적인 느낌을 정신없이 받아 웃었다.


웃음도 정신없고,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제대로 수습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마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된다. 심각한 상황이 심각하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하며, 독자로 하여금 여유로운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마지막에는 답답함보다 해방감을 불러온다.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이 책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휘몰아치지만, 그 틈을 파고드는 따스한 빛줄기 같은 다정함과 서로를 향한 자비로운 마음이 담겨있다.

책은 말한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고, 조금 어설퍼도 괜찮다고.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또 그렇게 삶을 대하는 거라고.

완벽함만을 추구하는 빈틈없이 삭막한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함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다.


조금 부족한 나와 타인을 너그럽게 바라봐 주는 마음,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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