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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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대때 프란츠 카프카의 ⟪ 변신 ⟫ 을 읽고 이런 내용의 책이 고전문학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는 점이 무척이나 의야했다.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 주인공의 변신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로서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젊었고 삶의 깊이를 알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나이가 들고, 내가 이 사회에서 벌레와 같은 존재가 되고 나서야 이 책을 이해했고, 섬광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인생의 쓴맛을 겪고나서야 책이 토해내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에곤 실레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때, 강렬하고 괴기스러웠다. 뒤틀린 자세와 검은 눈동자보다 흰자위가 많은 눈은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옆눈길로 쳐다보는 ⟪ 꽈리 열매를 든 자화상 ⟫ 은 고독하고 외로워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서로 만난적은 없지만, 동시대를 살아간 작가와 화가의 이야기이다.


프란츠 카프카 ( 1883.07.03 ~1924. 06. 03 )

- 카프카의 내면에 불안으로 자리잡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그늘 아래 숨죽였던 영혼.

- 죽을때까지 무명 작가 / 성실한 관료로 평생을 일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

- 3번의 약혼은 모두 파혼으로 끝맺었고, 40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에곤 실레 ( 1890.06.12 ~1918.10.31 )

- 매독으로 고통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던 아버지는 정신착란으로 집의 재산을 불태워버린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실레의 내면은 뒤틀리고 변형된다.

- 21살에 감옥에 갇히는 경험을 하고, 법정에서 그의 그림 한 점이 불태워졌다. 그 후,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 그러나 아내가 임신 6개월에 스페인 독감에 걸려 아이도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 실레도 사흘 뒤 같은 병으로 28살에 사망하고 만다.


이처럼 다른 듯하며, 닮은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우연히 이 책으로 만났다. 한 사람의 삶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여정을 번갈아가며 마주하게 된다. 그 여정에서 독자는 두 사람을 비교하기도하고 공통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_두 사람의 공통점 : 아버지라는 존재


저를 지배하는 이 무가치한 감정은 상당 부분 아버지의 영향에서 비롯됩니다. p.43

실레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죽음', '뒤틀린 몸', '태아' 의 이미지는 이 가족사에서 출발합니다. 실레가 평생 그린 임산부와 아이,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그림들의 뿌리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시작된 - 정확히는 아버지의 매독에서 퍼져나간 - 죽음의 행렬이었다. p.73


프란츠 카프카는 평생 권위적인 아버지를 두려워했고, 에곤 실레는 어린나이에 아버지로부터 죽음의 공포를 본능적으로 몸에 익히고 배우게 되었다.


두려움과 공포는 한가지 공통된 형태로 마주하게 되는데, 두사람을 지배하는 요소가 바로 '불안' 이었다.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와 반고흐 편>에서는 '안부'에 대해 물었다면, 이 책은 '불안'에 대해 말한다.


_두 사람에게 '불안'이란 무엇인가.


오늘을 사는 당신의 불안에 어떤 대답을 건네고 있습니까? p.315


당신 내면의 방에서 가장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321


두 사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안'입니다. 관료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던 카프카의 불안은 내면의 깊은 심연으로 파고 들었고, 실레의 불안은 뒤틀린 신체의 선을 통해 외부로 격렬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p.315



한 사람은 내면의 동요를 책으로 표출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림으로 표현했다. 내밀하다 쏟구치는 불안의 형태가 이처럼 좋은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나는 문학작품을 통해서, 또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마음 속 소란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런 물음을 나에게 던지는 것 같았다.


' 당신의 불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불안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프란츠 카프카의 글과 에곤 실레의 여러 작품을 동시에 만나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책에서는 또다른 물음을 던진다.

' 과연 나는 필요한 존재일까?'


두 사람의 마지막을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둘 다 자기 자신을 평생 검열했고, 누군가로부터 검열당했고, 그러면서도 그 검열의 자리에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p.376


이 책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 변신 ⟫이 수록되어있으며, ⟪ 관찰 ⟫ 이라는 작품, 그리고 카프카의 비밀노트도 만나볼 수 있다. ( 그리고 이 책의 작가 홍선기 단편소설도 수록되어있다 ) 카프카의 친구가 카프카의 유언을 거부한 덕분에 우리는 작가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에곤 실레의 변형된 육체와 카프카의 ⟪ 변신 ⟫ 의 벌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언제든 그러한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글과 사진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카프카의 ⟪ 심판 ⟫에서는 에곤 실레가 감옥에 투옥되어 느낀 수치심과 억울함을 위로해주고 대변해주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인생의 부조리한 여러 상황들과 개인의 무력함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한 카프카를 이 책을 통해서 더욱 깊고 친밀하게 만났다.


에곤 실레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예쁘게 그리지 않았습니다. p.315


에곤실레의 이해할 수 없고 이기적인 선택들과 그의 왜곡되어 보이는 그림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게 되기도 했다. 사람의 형태를 한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불안하고 원초적인 내면과 마주하는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물 그림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책에는 에곤 실레의 다소 투쟁적으로 느껴지는 '시와 편지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의 성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지금, 세상이 이제껏 겪은 가장 폭력적인 시대를 살고 있어 - 온갖 가혹함에 익숙해져 버렸고 - 수십만이 비참하게 스러지고 있고 - 살든 죽든 저마다의 운명을 견텨내야 해 - (...) - 희망을 잃은 사람은 이미 죽어가는 쪽이야. - 삶이 무엇을 가져오든 견뎌낼 수 있어야 해. p.310


책을 읽어나가면서, 카프카가 바라본 부조리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아가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사람의 진짜 모습을, 에곤 실레가 그대로 그린 것만 같았다. 반대로 에곤 실레가 그림에서 다 드러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프란츠 카프카가 소설에서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이 책의 작가이신 소설가 홍선기님이 왜 두 인물을 한 권의 책에 담았는지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는 시간이 뜻깊었고, 좋은 작품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어서 책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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