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 9가지 형태로 보는 현대 미술
스즈키 히로후미 지음, 김진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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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미술관에 방문하게 되면 한 화가의 작품을 보는 순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더욱이 현대미술의 경우,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왜 이 작품이 여기에 있는 거지?

이건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든 거야?


나 같은 경우 이해하지 못한 채로 작품 감상이 끝나거나, 그 의미를 헤아리려 할수록 생각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 언제를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가?

책에서는, 현재의 관점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작품을 '현대 미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1960년대 혹은 1980년대 이후를 '현대미술'로 본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의 경우, 오래된 미술도 각 시대를 상징하는 당시를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현대미술'을 굳이 언어화해 설명하자면,

1. 당시의 모습을 단적으로 떼어내 표현한 것

2. 당시 사회에 있어 새로운 사고법이나 세계관을 드러낸 표현

3.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현

p.24


이 책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뉘어서 각 장마다 3가지 큰 특징으로 현대미술을 설명하고 그림을 통해 독자와 같이 알아본다.


< 책의 구성 >

1장 미술의 차원 - 작품속/작품 표면/작품내부

2장 미술의 목적 - 보여주기형/요소초점형/수수께끼형

3장 미술의 재료 - 변화/소재 및 행위/ 관계성

4장 실제 작품을 통해 독자와 함께 감상하기



근대 이전의 서양 미술은 사진처럼 사실적인 것을 추구했다. 당연히 미술작품에서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 많았으며, 조금 과장되기는 했어도 어떤 인물을 그린 것인지 작품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의 등장으로 미술은 더 이상 실물과 닮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현실에서 '직접 보이지 않는 요소를 표현하자'라는 미술로 방향성이 바뀌어 나갔다고 한다.



위의 그림은 이우환 님의 작품 [관계항 - 신호]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일본의 정원 '가레산스이'가 떠올랐다. 가레산스이는 일본 전통식 정원으로 돌과 모래, 자갈로 작은 자연을 표현한 작품이고 그러한 정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그저 고요히 바라보다 오곤 한다.


위 이우환님 작품에서도 그런 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세련된 느낌과 삭막하기도 하면서 더 현대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나는 주로 느낌으로만 해석하고 감상하다가 끝이 나버린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런 미술 작품은 '작품 바깥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중략...)

이처럼 작품 그 자체보다도 '물체를 둠으로써 공간 분위기가 달라진다.'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 바로 이우환의 이 작품입니다. p.57


즉, 텅 빈 공간일 뿐이었던 이곳에 바위 하나를 놓았을 뿐인데,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만 해도 미술 작품으로 공간을 표현한다는 사고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관점의 전환, 시점의 차이가 이와 같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또 어떤 때는 작품을 봐도 느낌도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위의 작품은 바실리 칸딘스키의 [ 구성 ] 이란 작품이다.

이 그림을 처음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어떠한 느낌도 표현할 수 없으며, 도대체 무엇을 그린 건지 알기 힘들다.


"내 작품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p.114


작자 칸딘스키가 한 말이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한다.

" 이 작품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색과 형태의 조합을 생각해서 그린 것입니다." p.114


사물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아도, 그려진 형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회화는 성립된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감상법을 '요소초점형'이라고 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낸다'라고 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작품들을 보여주고 독자에게 먼저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 그런 후에 그 작품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하고 현대미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2장까지는 미술사에서 어느 정도 정설로 여겨지는 설명이었고, 3장부터는 작가의 사견이 추가돼서 설명해 준다.


4장에서는 여러 가지 실제 작품들을 먼저 보고, 앞에서 봤던 9가지 작품 감상 방식을 독자가 직접 대입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4장은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독서모임이나 학교 등에서 작품을 둘러싸고 의견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 좋게 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고정된 사고방식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마치 카메라가 나오기 전 시대의 사람처럼 나의 시선은 사실적인 그림을 감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 미술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유연한 사고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점의 차이에 있지 않을까.


책을 접하게 된 계기도 미술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성숙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읽게 되었다.


책장을 덮은 후, 현대미술에 대해서 조금의 자신감이 붙었다. 책을 읽었다고 존재하지 않았던 관점이 생기거나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길 수는 없다. 앞으로도 여러 작품을 만나보고 폭넓은 시야를 만들어가는 습관을 먼저 들여야 한다.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한 9가지 작품 감상 방법을 벗어난 작품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 배운 감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자신있게 작품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미술관에 가서도 머리 위로 물음표가 길게 늘어서는 상황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미술 작품과 화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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