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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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메리 스튜어트의 일대기를 다룬 이 소설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전기소설이다. 실존했던 인물의 일생을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수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막연히 알고 있던 유럽 역사의 전면에 선 한 여왕의 삶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한 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읽어나갔다.


16세기 스코틀랜드에는 메리 스튜어트라는 태어난 지 6일 만에 여왕이 된 한 여인이 있었다. 여왕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 태어났으며 자신의 가문은 늘 귀족들의 위협과 싸워야하는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또 당시 유럽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끊임없는 마찰이 팽배했던 종교적으로 불안한 시대였으며, 그녀와 사촌관계인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와 숙적이 되어 아슬아슬한 외교관계로 늘 마음 졸여야하는 운명같은 시대였다. (메리 스튜어트는 가톨릭 / 엘리자베스는 개신교 )


  • 짧은 영광과 기나긴 시련들

이러한 불안정한 유럽 상황에서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간 그녀는 병약했던 14살 프랑수아 2세와 결혼하였는데 이때가 15살이었다. 결혼 한 지 2년 만에 남편이 사망하게 되고, 평온하고 화려했던 프랑스를 뒤로하고 자신의 고향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그녀의 앞날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이어지게 된다.


시인들에게 불행은 또 하나의 고귀함일 뿐이었고,

한때 그녀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이들은 이제 슬픔 속에서 더욱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p.74


스코틀랜드에서 지내던 메리 스튜어트는 헨리 스튜어트 (단리 경)과 두번째 결혼을 하게 되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들 제임스 6세를 낳게 된다. 제임스 6세는 훈날 잉글랜드 왕 제임스 1세가 되며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아일랜드를 최초로 통합 통치하는 왕이 된다. 두번째 남편인 단리 경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오만하고 건방진 남자였으나 여왕은 그 점을 결혼하고나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단리 경으로 인해 여왕의 자리가 위태로울 뻔하게 되면서 메리 스튜어트 남편을 더 피하게 된다.


한 번 붙은 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색을 바꿀 뿐이다. p.158

그를 위해 나는 명예를 버렸네

삶에서 오직 참된 행복을 준다 믿던 그것을

그를 위해 양심과 권위를 걸었고

혈육과 친구도 저버렸네. p.300


그러다 그녀는 스코틀랜드 귀족 제임스 헵번(보스웰 백작)을 사랑하게 되고, 단리 경이 암살되자마자 여왕은 세번째 결혼을 단행하게 되고 그 상대는 보스웰이었다. 이로써 세번의 결혼을 한 여왕에 대해 내연남이었던 보스웰 백작과 함께 두번째 남편에 대한 암살 의혹이 더해간다.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게 되고 스코틀랜드에서 더이상 그녀가 있을 자리는 없고 결국 성에 유배된다.



  •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

그녀의 좁은 세계 위로 별과 태양과 달은 무심하게 돌고 또 돌았다. 밤이 오고 낮은 가고, 달이 차고 기울고, 해가 거듭 바뀌었다. p.387


'나의 끝이 곧 나의 시작이다. ' (... 중략...)

오직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그녀의 이름은 명예롭게 새겨질 것이며, 죽음을 통해 젊은 날의 과오는 씻겨 나가고 모든 실수는 아름다운 베일로 덮일 것이다. p.475


그 후, 탈출하여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의 사촌이 있는 잉글랜드로 가게 된 메리 스튜어트 여왕은 이곳에서 더 큰 시련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그녀의 운명은 이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곳에서 그녀는 무려 19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성에 유폐된 채로 살아가게 된다. 44살에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그날까지, 그녀에게 완전한 자유는 허락되지 않고 황금 사슬에 묶인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대개 무모함과 용기는 하나의 인격 안에 동시에 깃드는 법이다. 그것들은 위험과 덕성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따라다닌다. p.170


인간의 결정이라는 것은 언제나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결과이며 하나의 결심에도 수많은 동기가 함께 작용하기 마련이다. p.212


  • 극명하게 다른 두 여인의 성정 : 메리 스튜어트 VS 엘리자베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여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 1세는 극명하게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

메리 스튜어트는 감성적이며 낭만적이었고, 또 정열적이며 빠른 판단력과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다. 때론 경솔한 면이 있었고 그런 점이 그녀의 인생에 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반대로 엘리자베스는 이성적이며 침착했고 인내심이 있었다. 변덕스런 성격도 있었지만, 불안정했던 어린 시절은 그녀에게 매번 신중한 결단을 내리게 했다.


메리 스튜어트가 태어날때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은 여왕이었다면,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하여 사생아라는 고리표로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메리 스튜어트가 명예를 추구하고 사랑을 쫓아가는 삶을 살았다면, 엘리자베스는 국가와 결혼한 여왕이었다.



이런 두 여인의 다른 면모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아주 과장되지 않으면서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해 놓았는데, 나는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의 복잡한 성격과 여러가지 면이 표출되는 내면을 마치 그 사람을 아는 것처럼 생생하고 절도있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은 두 여인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게 적용되어 이야기를 더 생동감있게 이끌어간다.


또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다정함을 가장한 치열한 내면적 싸움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운명처럼 엮일 수밖에 없었고 서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면서도 뒤로는 칼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대적 상황이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결국 두 사람은 묘지는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한다. 살아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로였지만, 마지막은 나란히 한 장소에 묻히는 모습도 운명의 장난같았다.



메리 스튜어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쓴 열한 편의 소네트가 들어있는 보석함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되는 장면에서는 처연함에 마음이 아팠다.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시구는 단 한 사람에게 보냈지만, 여왕이라는 자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면까지 낱낱이 파헤쳐지는 결과를 맞이한다.


당신을 섬기고, 진실하게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소망입니다.

당신의 뜻이 곧 나의 뜻이 되기를

당신 곁이라면 어떤 불행도 하찮게 여겨지기를

나는 오직 그것만을 바랍니다.

- 보석함 안의 소네트 중 하나 -



이 책은 역사적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한 여인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놓았지만, 역사적 사실과 함께 한 사람의 내면의 흐름과 마주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하고, 쓸쓸하거나 때론 격동적인 내면의 세계를 함께 마주하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또 내가 몰랐던 시대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또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설의 흐름은 깊이 공감하며 읽게 만들었고,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려한 문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몰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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