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하게 다른 두 여인의 성정 : 메리 스튜어트 VS 엘리자베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여인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 1세는 극명하게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
메리 스튜어트는 감성적이며 낭만적이었고, 또 정열적이며 빠른 판단력과 밀어붙이는 힘이 있었다. 때론 경솔한 면이 있었고 그런 점이 그녀의 인생에 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반대로 엘리자베스는 이성적이며 침착했고 인내심이 있었다. 변덕스런 성격도 있었지만, 불안정했던 어린 시절은 그녀에게 매번 신중한 결단을 내리게 했다.
메리 스튜어트가 태어날때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은 여왕이었다면,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하여 사생아라는 고리표로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메리 스튜어트가 명예를 추구하고 사랑을 쫓아가는 삶을 살았다면, 엘리자베스는 국가와 결혼한 여왕이었다.

이런 두 여인의 다른 면모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아주 과장되지 않으면서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해 놓았는데, 나는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의 복잡한 성격과 여러가지 면이 표출되는 내면을 마치 그 사람을 아는 것처럼 생생하고 절도있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은 두 여인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게 적용되어 이야기를 더 생동감있게 이끌어간다.
또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다정함을 가장한 치열한 내면적 싸움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운명처럼 엮일 수밖에 없었고 서로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면서도 뒤로는 칼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대적 상황이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결국 두 사람은 묘지는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한다. 살아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로였지만, 마지막은 나란히 한 장소에 묻히는 모습도 운명의 장난같았다.
메리 스튜어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쓴 열한 편의 소네트가 들어있는 보석함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되는 장면에서는 처연함에 마음이 아팠다.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시구는 단 한 사람에게 보냈지만, 여왕이라는 자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면까지 낱낱이 파헤쳐지는 결과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