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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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작가 소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892.3.1 ~1927.7)

일본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은 이 책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가의 친어머니는 그가 어릴 적 정신 질환이 심해져서 외삼촌집 입양되어 성장하게 된다. 그 또한 해가 거듭할수록 불면증, 신경쇠약과 환각등에 시달리면서 35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정신적인 고통속에서 힘들어하며 피폐해져 간다. 그의 그런 면은 작품속에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작가는 짧은생동안 놀랄만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의 작품은 현대에와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 책 소개

책에는 12편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그의 처녀작이자 가장 유명한 단편 <라쇼몬>부터 시작해서,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극찬을 받은 < 코>, 예술성의 극치를 보여준 <지옥변>, 그리고 <톱니바퀴> 와 <어느 바보의 일생 > 인 그의 유작까지 들어있는 단편선이다.


<라쇼몬>은 헤이안 시대 폐허가 된 도시의 라쇼몬이라는 문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한 남자가 비를 피해 라쇼몬 위의 누각으로 올라가서 백발의 노파를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은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에고이즘을 파헤친 이 작품은 누가 보더라도 짧지만 뇌리에 남는 인상적인 단편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코>라는 작품은, 코가 매우 긴 스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긴 코에 콤플렉스를 가진 스님은 코를 작게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온 신경이 코에 가있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유머가 스며있는 작품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옥변>은 작가의 대표작 중에 하나이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광기를 보이는 예술가와 그가 아끼는 딸, 그리고 그 딸이 시녀로 일하고 있는 대신이 주요 인물이다. 이 작품은 화자, 즉 대신의 집에서 일하는 한 하인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을 읽다 보면 화자는 오직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어리석음을 보여주는데, 화자의 설명과는 다르게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와 느낌은 책을 읽는 독자가 판단해야 한다. 이 작품은 예술이란 무엇인지, 광기를 가진 악한 자는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 이 작품을 읽고 그다음 단편을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만큼 강렬한 작품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작가의 정신질환이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서술한 두 작품 <톱니바퀴> 와 < 어느 바보의 일생>에서는 삶에 미련도 열정도 없지만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는 작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 감상편

이 책의 단편들을 읽고 있으면, 일본의 전통악기 샤미센의 날카로운 음이 들리는거 같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은 그만큼 심오한데, 작가의 작품들은 분위기가 기묘하기도하면서 깊게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만개한 벚꽃이 누더기처럼 보이고, 29살 인생이 더 이상 조금도 밝지 않았다는 작가, 회의주의와 냉소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 누구보다도 인간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 한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을 작품에 담아내려 한 노고와 통찰력은 거의 천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서 그의 이른 죽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작가에게 인생은 고통이고 지옥이기도 했지만, '불행한 행복 속에 살았다'는 그에게 글을 쓸 때만큼은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보고 싶은 부분을 골라볼 수 있는 단편책이지만 작품의 순서대로 읽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책의 작품 순서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반영한 자연스런 흐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번역이 매끄러워 술술 읽혔다. 근데 나는 좋은 작품은 더 천천히 읽는 독서 습관이 있다. 그래서 단편 하나를 보고 그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다음 작품을 읽으면서 차곡차곡 마음에 작품을 새겨나갔다. 오랜만에 일본 고전문학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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