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펭귄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킹펭귄은 남대서양 사우스조지아섬에 무리를 이뤄 살아서 세종 기지에 나타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에게는각자의 사정과 사연이 있을 터이므로 그 킹펭귄은 남위62도 13분까지 내려왔고 세종 기지 선착장 위에서 ‘펭생‘의 무게를 짊어진 지친 뒷모습을 기지 대원들에게 들켰다. - P103

그렇게 해서 우리는 솜털을 부풀려가는 아기 펭귄들처럼 더 촘촘히 체내에 지방을 축적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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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을 뒤덮은 얼음이 빙하를 타고 내려와 바다 위로 퍼지며 평평하게 얼어붙은 빙붕. 흰빛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일종의 백색 큐브 속에서 스스로 아주 고요해졌다고 회상했다. 그것은 아마 극지가 주는 가장 투명한 마음일 것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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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챕터에 붙은 숫자가 0 이었다
바로 앞이 10이었는데…
무언가 뜻이 있겠지 싶었는데
읽어내려가면서..
소름 돋을 만큼… 의 표현능력이라고 해야할까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가고 배치하는…

아무것도 모르고 언젠가
드라마 안나를 봤고 마음 깊이 남았었는데
친밀한 이방인이 원작소설이며
그 작가님의 신작이란걸 알게 되었을때
바로 3월의 마치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와…. 역시.

그래서 정한아 작가님의 이전 소설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싶어졌다

자신이 누군지를 잊어버리는 쪽과 자신이 누군지를아는 쪽.
어느 쪽이나 지옥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지옥을 선택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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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정민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대한의 정민이 아닐지는 몰라도,
최소한의 정민이긴 했다.
한 방울 혹은 두 방울의 정민이라고 해도
이마치에게는 더할 수 없이 귀했다.

이마치는 그 사실을 노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너는 나에게 정말 귀한 존재라고,
세상 무엇과도 너를 바꾸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게꼭 지금이라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완벽한 순간, 앎이 은총이 된 순간에
이마치는 그저 아이들 곁에 좀더 머물고싶었다.
밤이 한창 깊었는데도 그애들은 잠들 줄 몰랐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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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치 자신은 실제 삶 속 엄마로서는
한평생 가장 무능했는데
연기로서는 경지에 올랐다..

와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오지…

"이건 꿈이 아니에요. 과거죠."
노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과거요." - P99

한평생 가장 무능했던 역할에서 연기로 경지에 올랐다. - P103

이마치는 환한 빛 속에서 그 여자-삼십오년 전 자신의 얼굴을보았다. 일자형의 눈썹과 낮은 콧날, 옅은 갈색 주근깨, 이상하리만치 커다란 눈동자.

여자는 아름다웠다.
이마치는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고,
동시에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너는 아름답다는 말.
그녀는 한 번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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