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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 - 한국사회 COVID-19 시민백서
김유익 외 지음, 모시는사람들 철학스튜디오 기획 / 모시는사람들 / 2020년 4월
평점 :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일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2020년 5월 24일 현재, 전세계에서 523만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34만여명이 사망에 이르렀으며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관계로 인명피해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이 선언된 이래 전염병의 확산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초 7월 24일에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1년가량 연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11,190명의 확진자와 사망 266명의 인명피해를 입고 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마스크 쓰기, 30초 이상 손씻기, 손소독제 사용 등 전국민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으로 통제 가능한 정도에서 관리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클럽 등 유흥업소를 통한 감염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코로나 완전 소멸까지는 경각심을 늦춰선 안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가운데 ‘한국사회 COVID-19 시민백서’라는 부제를 달고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라는 시의적절한 책이 출간되어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가정에 계시는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코로나19를 통해서 한국사회와 지구사회를 돌아보자는 기획 아래 20대 대학생에서부터 50대 평화운동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들고, 다루는 내용 역시 콜센터 노동자의 삶에서부터 현대문명의 진단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은데, ‘제1부 재난과 국가’, ‘제2부 재난과 매체’, ‘제3부 재난과 공공성’, ‘제4부 재난과 일상’, ‘제5부 재난과 종교’, ‘제6부 재난과 인문학’으로 나누어 총 20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대구의 신천지 증거장막성전 신도들의 집단감염으로 폭발적인 양상을 보였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코로나 위기를 무난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국민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아울러 각국 정부나 언론으로부터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의 모범국가로 칭찬을 받고 현재 상황에서 여타 언론들의 평가와 비슷하겠지만 그 성공 요인을 이 책에서는 중앙집권화된 민주체제, 의료보험의 보편화, 준비된 공공보건 시스템, 사회적 응집력과 높은 시민의식, 의료인들의 전문성과 헌신성, 정치 지도자의 의지를 꼽았다. 그리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방역, 진단키트의 개발과 대량생산, 안전하고 빠른 검사를 가능하게 한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구분하여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소에서 관리한 것 등을 특히 주목하였다. 초기에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은 점과 마스크 생산과 분배과정의 혼선 등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었으나 외국인 입국금지나 도시 봉쇄와 같은 폐쇄 정책을 쓰지 않고도 코로나 사태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대처하였고, 마스크 5부제와 같은 합리적인 구매 방식을 통해 마스크 수급을 안정시킨 점등이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정책을 신뢰하게 하고 국민들을 적극 동참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책에서 우리나라는 재난과 국난을 겪을 때마다 오히려 성숙해지고 단단해져 가는데 이러한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인문적 시각을 갖지 못하고 대부분 외국의 시각에 의존해 왔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외적인 틀만으로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하며 이런 경험들 안에는 서구적 근대를 넘어설 수 있는 개벽적 잠재력이 내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어느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개벽’이라는 용어가 나온 적이 없어 다소 의아하여 책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이 개벽학을 출판하는 회사이고 집필진 스무 분 중에 『한국 근대의 탄생』과 『개벽파선언』 등의 저서를 출간한 조성환 책임연구원과 〈개벽신문〉주간이자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박길수 대표님이 포함되어 있어 앞서의 의아함이 해소되었다. 박길수 대표님은 “지금 우리가 겪는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 통행·여행 금지, 국경폐쇄·도시봉쇄 등은 “잠시 멈추어 보자, 돌아보자”는, “참회의 자리/시간을 만들자”는 하늘의 명령(天命)이다. “보이지 않는 그 속에서 보이는 것을 찾고, 들리지 않는 그 가운데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자”는, 홀로가 됨으로써 다시 ‘우리는 하나(同歸一體)임을 생생(生生)하게 경험하는 깨달음의 시간이다. 전일적(全一的) 생명으로서의 인류 양심(養心=天)이 주시는 거룩한 개벽의 소리(天語), 복음(福音)이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 ‘다시 개벽의 그 시대’가, 지금 열리고 있다.“(p.274)라고 설파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 이제 다시 열리고 있다는 개벽을 주목하시는 독자분들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