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사는 법
원제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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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혜민스님의 책이 있다. “잠깐 멈추고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세상이 바쁜 것인가?” 물어보라던,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쉬면 세상도 쉰다.”던 그런 문장이 기억나는 혜민스님 책이었는데 여기 그와 유사한 제목의 신간이 출간되어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책이 있어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이 가짜 같아 삶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그런 세상에 적응은 하였으나 현실에서 5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듯한 분리감에 힘들었던, 그래서 출가를 결심하고 스님이 되었으나 녹록지 않은 선원에서의 수행을 뒤로하고 5대륙 45개국 세계 일주를 감행한 그런 스님의 책이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이다. 필자인 원제스님은 현재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중이시라는데 우리는 책을 통해서 선방수좌의 공부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서문에서 스님은 삶을 고통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람의 분별과 집착 때문이라고 말하고 고정된 실체가 없는 나로 향한 편중된 분별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삶은 그대로가 온전하고 자유로우며, 그릇된 질문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이라고 설파하신다.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잘못된 질문이 멈춰지는 것이다.” 마치 32분으로 나누어진 『금강경(金剛經)』중 제1분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에서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이 설해져 마쳤다는 것처럼 서문에서 이 책의 종지(宗旨)가 그대로 드러난 것인데 서문 이후의 글은 부연설명인 셈이다.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스님은 대학교 1학년 때 발생한 마을버스와의 충돌사고나 MT때 깨진 맥주병으로 왼팔을 자해한 개인적인 체험을 소개하며 시비분별 이전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그리고 스스로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상과 에고의 장난에 놀아나지 말고 인연 따라 변화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열반경(涅槃經)』〈성행품〉에 나오는 ‘공덕천과 흑암녀’ 설화를 통해 단순히 선과 악, 행복과 불행, 옳음과 그름과 같이 ‘인생은 새옹지마’로 풀이하는 방식 대신 아상(我相)과 분별(分別)이라는 집을 헐어버리라고 하신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으로만 느끼라고 하신다. 그 속에서 그냥 초목이 자라고 시냇물은 졸졸 흐를 뿐이라고 하신다. 수행을 하는 삶에는 ‘답을 구하는 삶’과 ‘의심하는 삶’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답을 구하는 삶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아 나서고 구한 것들을 축적하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의심하는 삶은 축적된 것들을 돌이켜보고 의심되는 것들을 비워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삶이라고 한다. 구하는 삶은 여전히 밖을 향해 나서게 되지만 의심하는 삶은 곧장 그 자리에서 멈춤으로써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구함이 멈춤으로써 그 모든 것들이 답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한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서 고민하지 마라. 그것이 문제가 될 지 안 될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으므로 그 때가 되어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면 된다. 설사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극복하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상황에 맞게 대응하라고 한다. 문제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나 또한 변하므로 무상(無常)이라는 진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제를 고정시킬 때 ‘본래 없던 실체’가 생겨나는 것이므로 내가 스스로 만든 문제에 맞서 싸우려고 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걱정을 미리 사서 하는 경향이 있는 본인에게 유용한 경책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책의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는 것은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추고자 한다. 인위적인 노력을 완전히 멈춤으로써 본래자리가 드러난다는 원제스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통해 스스로 인생의 답을 찾아보시길 권하여 본다.

 

   《신심명(信心銘)》

   至道無難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게 아니고

   唯嫌簡擇    오로지 분별심을 떠나는 것뿐

   但莫憎愛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만 없으면

   洞然明白    모든 게 툭 트여 명백히 드러나리라.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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