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라는 낯선 땅에 일본식 음식점을 차린 사치에.

  어디로든 멀리 떠나기 위해 눈을 감고 지도를 찍어 핀란드까지 찾아온 미도리.

  20여년간 병든 부모님을 간호하다가 평화와 고요를 찾기위해 떠나온 마사코.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난 남편에 대한 분노, 원망과 그리움으로 마음 속에 가시가 박혀있던 핀란드 여인.

 

 

<카모메 식당>은 자신만 알고있는, 누구나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그들에 대한 위로에 관한 영화다. 오랜 시간 사치에의 식당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마티 아저씨를 뜻밖의 상황에서 마주치게 되었을 때,사치에는 배가 고프다며 미도리, 마사코와 함께 오니기리를 만든다. 그리고 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겠습니다" 한 마디를 외친 후 다 같이 오니기리를 한 입 무는 순간. 모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위로의 맛을 느낀다. 적어도 나는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사치에는 어렸을 적 일찍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안일을 도맡아하곤 했는데, 1년에 두 번 아버지께서 오니기리를 만들어주셨다. 바로 운동회와 소풍날. 오니기리는 자기가 만든 것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주었을 때 더 맛있는 법이라며. 그래서 오니기리는 사치에에게 그 따뜻함을 기억하게 하는 '소울푸드'인 것이다. 그녀의 소울푸드는 핀란드의 어느 도시, 어느 골목 식당의 식탁에서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되었다.

 

 

  나만의 소울푸드는 뭘까? 생각해보니 아직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위로의 맛은 음식만이 아니라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가끔씩 느낄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 못다한 말, 그 때 나의 기분, 그리고 너의 기분을 짐작하고 이내 누군가를 그리고 그 때의 나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글과 영화가 있다. 어쩌면 카모메 식당에서 그들이 함께 먹은 오니기리가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

 

+ 오니기리하면 생각나는 일본 영화가 하나 더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치히로가 처음 유바바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엄마와 아빠는 정말 돼지가 되어버렸고 돌아갈 길이 막막한데 이 때 치히로에게 하쿠가 건내준 것이 바로 오니기리였다. 그 오니기리를 눈물과 함께 적셔(?) 먹으며 치히로는 두려움도 함께 삼키게 된 듯 했다. 그러고보면 오니기리는 많은 일본인들에게 배고픔만이 아니라 마음의 빈 곳까지 채워주는 소울푸드가 맞나보다.

 

 

 

+ 갑자기 오니기리 한 입을 크게 앙 베어물고 싶다. 

 

+ 미도리 역을 맡았던 가타기리 하이리는 <나의 핀란드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카모메 식당>을 찍는 한 달간 핀란드에 머물며 생긴 에피소드와 감상을 밝히기도 했다. 내가 핀란드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녀의 책을 꼭 읽어보고 가야지.

 

+ 아래는 내가 영화를 보며 간직하고 싶었던 말들이다.

 

"수줍기도 하지만 항상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롭게만 보이던 것이 제가 알고있던 핀란드인의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슬픈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군요."

" 물론이죠. 세상 어딜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세상이 끝날 때 꼭 저도 초대해주셔야해요."

" 이 시간부로 예약 확정되셨습니다."ㅎㅎ

"하루는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고있는데 tv에서 핀란드가 나오는거예요."

"뉴스에서요?"

"네. 기타소리 흉내내기 대회.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참가자들이 마치 기타를 치는 것처럼 흉내를 내는 경기죠. 누군가 챔피언이 되는거죠. 또, 부인업고 달리기 대회, 휴대폰 멀리 던지기, 사우나에서 오래 견디기 등. 우스꽝스러운 경기를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아무 걱정도 없이. 세상의 모든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처럼 보였죠.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게 여겨졌어요. 그래서 여길 오게 된거죠. 아무 목적없이."

"근데 왜 핀란드인들은 그렇게도 고요하고 편안하게 보일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숲이요. 우리에겐 숲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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