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고 보면 여행이란게 이런 건가 보다.

   나를 둘러싼 이 황야를 거니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속 황야를 살피는 일이로구나."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중

 

 

   때로 사진은 구경거리일 뿐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의 낯선 모습은 유럽인들의 과거 어느 시기인가를 연상시킨다.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인지를 따져 볼 필요는 없다. 그저 '과거 어느' 시기로 충분하다. 그리하여 그들의 낯선 모습은 처음 구경꾼들에게 몇차례 감탄사를 자아내겠지만, 이윽고 낯설음은 알 만한 무엇이 된다.

 

  레비스트로스는 그러한 감상이 지닌 폭력성을 민감하게 감지했다. 그래서 그는 여행에 묻는 것이다. 현지 조사를 떠난 인류학자도 탐험에 나서 여행가도 유럽을 벗어낫으나 유럽이라는 맥락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유럽 문명의 시간관 위에서 낯선 존재의 공간을 내려다 본다. 따라서 떠나도 떠난 게 아니다. 낯선 존재와의 만남은 결코 자신의 시선, 자기 사회의 질서에 대한 의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2. 공 空 = 간 間 의 여행

 

    공. 즉 '비어있다' 함은 세계가 어떤 의미로 들어차 있다는 전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표현이며,

   

    간. 즉 '사이'는 경계를 넘어설 때 발생하는 어떤 종류의 전환을 민감하게 의식하기 위한 표현이다.

 

 

 

 

3. 

 

내가 꺼리는 여행

경치나 풍물을 눈에 바르는 여행

그리하여 관광객의 시선에 머무르는 여행

그리하여 한 번 찍었으니 두 번 다녀올 필요가 없는 여행

현지 사회의 역사와 고유한 맥락을 무시하는 여행

그래서 꼭 이 곳이 아니라 저 곳을 다녀왔어도 되는 여행

이리저리 난폭하게 문명의 잣대를 들이대는 여행

자신의 시간 위에서만 배회하는 여행

그래서 결국 자신이 바뀌지 않는 여행

 

 

내가 원하는 여행

나라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 생활 감각을 체험하는 여행

자신의 감각과 자기 사회의 논리를 되묻게 만드는 여행

현지인의 목소리를 듣지만 그것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여행

카메라를 사용하되 그 폭력성을 의식하는 여행

마음의 장소에 다다르는 여행

물음을 안기는 여행

길을 잃는 여행

친구가 생기는 여행

세계를 평면이 아닌 깊이로 사고하는 여행

마지막으로 자기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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