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 망가져도 고!
김지룡 지음 / 글로리아출판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웃사이더는 어찌됐든 재미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길을 피해가는 것은, 당사자야 힘들어하건 즐거워하건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이 책은 거의 에피소드 위주로 되어 있어서 쉽게 읽힌다. 물론 그 안에 담긴 생각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다.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사회와 좁게 닿아있으므로.
얼핏 보기엔 운신의 폭이 꽤나 넓어보이지만, 그가 보는 세상은 거의 서울대 출신의 동기생들, 그리고 일본 유학생들이다. 아니면 밤거리에서 만난 친구들. 그 외의, 우리가 정말로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꽤나 적극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뭐, 할 수 없다. 사람마다 자신의 세계가 있으니까. 내 세계와 저자의 세계가 다르다고 해서 나무랄 수는 없는 거겠지.
난 그냥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이 책이 <망가진 서울대생의...> 어쩌구 하는 제목으로 다시 나온 것 같은데, 서울대 졸업해서 그 정도 망가졌으면 훌륭하지 않느냐는 자만이 있는 것 같아 좀 서글프다. 그 정도 망가진 사람은 사실 엄청나게 많은데. 훨씬 더 잘 망가진(여기서 망가졌다는 건 절대로 나쁜 의미가 아니다) 사람도 무지하게 많고. 망가진 것 자체는 얘기거리가 못되는데, 서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망가졌다는 게 의미를 갖는 것인가 싶어서 우리 사회가 좀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책 자체는 잘 읽히고, 읽으면서 재밌고, 잠깐 생각도 하게 해준다. 저자에게 찬성이든 반대든 간에.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