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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인간의 힘>은 작가가 집안 신도비 건립행사에 참석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신도비 주인공의 행적을 쫓아가면서, 인간의 힘이란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가를 풀어보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채동구를 통해 가례등 형식에는 목숨을 매달면서 지행합일에 대해선 미적거렸던 당시 유교사회를 비꼰다. 그러나 그것은 잔가지라 생각된다. 오히려 그럭저럭 음덕(蔭德)을 보며 인생을 즐길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결정한 바에 충실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채동구의 모습 그 자체가 고갱이다.
채동구는 사화와 호란 등 위기에서 임금과 조국을 구하고자, 홀연히 길을 나선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미쳤다고 욕을 한다. 또 4번에 걸친 출정(?)에서 그가 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 한 일도 없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후손들 역시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의지에 의해 '억울한' 죽음의 문턱에도 다다른다.
'난 이 어른이 뭘 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이 어른은 초지일관해서 당신 가실 길을 가셨네. 남들이 우습다고 하고, 미쳤다고도 했지만 어른은 신념을 지키셨네. 신념이 옳다 그리다가 문제가 아니라 끝까지 변함없이 그걸 지킨 것. 난 바로 그게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吾載吾頭(내 머리를 내가 이고 있다.) 그의 묘지명이다. 작가가 채동구의 행적을 통해, 또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히 조상을 기리는 그 후속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했는지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느낌을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