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글은 참 부끄럽게 만들고 머리가 아프게 한다. 한동안 손에 책을 들 수 없었다. 이미 내 손에 일상의 무언가가 잔뜩 쥐어있었기때문이다. 실로 오랜만에 든 책인 '손님'은 역시 황석영 바이러스는 머리속에 침투시켰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이전에 읽었던 노다마사키와 김동춘의 글들이 함께 떠올랐다. 이 세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인간의 문제였다. 인간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땅의 주인인가? 이러한 믿음들이 깨지는 것이다. 앞서의 저자들의 책에서 인간이 전쟁이라는 상황하에 무참히 인간성을 상실해간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나아가 인간성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설 자리를 잃고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야수적인 본능을 정당화시킨다는 것에 더욱 두려울 것이다. 황석영의 글을 보며 움찔했던 것은 바로 그때문이다. 기독교나 공산주의 모두 그러한 인간성의 상실에 또하나의 공범이고 동조자였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