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과 인간 -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
노다 마사아키 지음, 서혜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의 기억은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왜곡과 침묵을 강요하는 일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아픈 기억을 들쑤셔라도 반복시키고 싶지 않은 인간의 의지 또한 낳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전쟁의 기억은 무엇인지 노다 마사아키는 그 자신 스스로의 분석을 통해 그 물음에 답하려는 미미하지만, 힘이 되주어야 할 것 같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서장에서 과거의 체험의 부인은 콤플렉스를 만들고 억압된 마음의 상흔은 감정의 경직과 병적인 충동의 폭발을 가져온다고 보고 일본이 당시 침략전쟁과 다른 정신으로 살고 있는지 반문한다. 전후 일본인의 반응에서 물질주의로 전쟁에 대한 상처를 대체하고 부인하려했던 것이 '오늘날의 일본문화를 만든 원천'이라고 보았다. 그는 희미해진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 사금파리 찾기와도 같은 청취작업을 통해 일본인들의 죄의식을 파헤치고 분석함으로써 일본인의 20세기를 아시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죄의식이야말로 우리들의 귀중한 문화이며, 죄의식을 억압해온 일본문화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은 자신의 내면의 얼굴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전쟁 범죄를 대하는 데 있어 전쟁에 대한 일반화는 사고의 태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구체적인 전쟁이 있고, 그에 따라 각각의 군대가 있으며, 그런 구체적인 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잔혹해진다는 것이다. 전쟁중의 잔학행위에 대해 들었을 때, 일반화 하기 쉽지만, 그것은 개개의 사례를 검토한 뒤의 귀납이 아니라, 미리 해버린 일반화이며, 사실을 잊으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또 집단이 끊임없이 개개인이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모호하게 흐리고, 모든 행위에 동의하는 장치로서 기능하지만, 전쟁 중 저질러진 범죄에는 명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의지에 의해 벌어진 범죄도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말은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범죄의 이면에 일본형 상승의식이, 그를 잔혹성을 느끼지 못하는 살인기계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렇게 전쟁 중에 권위로 인해 개인을 자각하지 못하고 도구화, 대리상태가 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문명이 부단히 장려하는 권위에 대한 복종의 심리를 당장은 바꾸기 힘든 것으로 인정하고, 이러한 인식 위에서 커다란 권위인 국가의 동향을 비판하고 개인적으로는 비인도적인 명령을 거부하는 인간이 되야한다고 주장한다.
학살에 대해 저자는 일본인 집단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 나서서 학살에 순응하고자 하는 정신적 자세가 미리 형성돼 있었으며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쉽게 새디즘으로 전화하는 통로를 갖추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지적하고 일본군대의 강함이란 '감정마비의 강함'이며 이러한 '감정마비'는 전후 일본인에게 지속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회에 대해 지은이는 전쟁을 반성한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의 진짜 슬픔, 전쟁에서 저지른 죄를 의식하고 사는 의미를 들어봄으로써 그 외의 사람들도 경직된 역사관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으며 노병의 슬퍼하는 마음에 공감함으로써 전후세대도 감정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평화는 이성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나 이성이 무시당하고 파괴되는 전쟁의 메커니즘에 대항하기 위해 비단 반전평화운동뿐 아니라, 공격성에 대한 적극적인 분석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평화를 원한다면, 타자의 슬픔을 감싸안는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의지가 약한 인간은 전쟁 반대를 말할 수 없지만 그는 강한 인간이기 전에 느끼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평화를 얻기위해서 우리 인간은 풍부한 감정을 회복해야하고 '상처입을 줄 아는 정신'을 되찾아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데, 그러기 위해서 알고 느끼는 이러한 두 단계를 거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상처입을 줄 아는 부드러운 정신'을 되찾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일본의 소중한 죄의식을 기록하고있다는 것뿐 아니라 그의 조언이 우리 사회에서도 새겨볼 말이라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