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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학교를 부탁해 - 학교에서 스쿨처치를 세워 가는 10대들의 이야기
나도움.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7월
평점 :
“얘들아, 학교를 부탁해”를 읽고
[게으름과 무감각에 빠진 나를 깨워주어서 감사합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목회를 하며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사실 이 책의 전체적인 기조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찾아가는 것. 성도들이 있는 곳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예배하는 것. 장소가 카페이건, 벤치이건 그 자리에서 기도하고 성경을 펴는 것. 나는 이 가치를 늦게야 깨달았다. 사실 목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이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좋은 설교자가 되고 싶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일구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햇병아리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주일은 그럭저럭 버텼다. 문제는 주중이었다. 혼자 새벽기도회를 할 때가 태반이었다. 수요성경공부 모임은 흐지부지 끝났다. 금요기도회를 개설했지만 우리 가족만 앉아있었다. 조금씩 번아웃이 찾아올 무렵에, 일대일을 생각해냈다. 한 영혼의 가치를 인정하고, 한 사람에게 힘을 쏟아 붓는 사역의 방식이었다. 교인이 방문을 허락할 경우,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기존의 심방과는 다르다. 일대일이기 때문에 깊이 있고 진실한 기도제목이 나누어진다. 교재를 정했다. 어떤 분과는 요한복음을, 다른 분과는 소요리문답을 공부하기로 했다. 1년, 2년, 3년... 그렇게 일대일제자훈련 사역을 지속했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 돌아오면 대단히 소진된다는 것이다. 집회를 할 때나, 일대일을 할 때나 같은 힘을 쓰는 것 같다. 그래도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으니 감사했다. 아무리 멀어도 기쁘게 오고 갔다. 그런데 이 책을 만났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갔다.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다. “자발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나는 그동안 지체들이 너무 나를 의지하게 만들었구나…….”
나의 사역에는 성도의 자발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부족했다. 스쿨처치에 대한 책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한번은 주일 오후에 외부 집회를 간 적이 있다. 다녀오니 아내가 그런다. 아빠 없는 집안처럼 이상해서 뭘 해야 좋을지 몰라 하다 돌아갔다고……. 성도들은 주체적으로 세워주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예수님께 의지하며 서로 은사를 발휘해 주체적으로 교회를 세워나갈 제자를 세우는 일에 나는 낙제였다.
나의 사역은 스쿨처치에 대한 책을 읽은 후로 2기를 맞이할 것 같다.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고, 하지 않고자 하면 변명을 찾는다는 인용구도 마찬가지였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변명을 늘어놓는 내 자신을 직시하게 해 주었다. 이상하다. 학교사역에 대한 책인데, 매너리즘에 빠진 사역자를 깨우고 있다. 줌을 유료결제 했으면 평소에도 활용해야 할 것 아닌가? 성도들의 삶이 다양해서 시간을 맞추지 못할 거야……. 기도모임을 온라인으로라도 시도해야 할 것 아닌가? 다들 바빠서 제대로 응하지 못할 거야... 생각만 많아진 내게 이 책은 선명한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핑계가 굳어져 양심의 무뎌짐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자극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찬양과 말씀과 기도, 30분, 아니 10분이라도 학교에서 모이려는 이들의 열정에 부끄러워진다. 어디서 떨어졌는지 돌아보게 해 준 이 책을 권한다. 금방 읽을 것이다. 하지만 여운은 오래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