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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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걷고 싶은 당신과, 물 속으로 잠기고 싶은 여자의 (자세히 보면) 사랑 이야기.

"이승우는 묘사하지 않고 진술한다. 심문하고 색출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심문과정은 한층 더 차갑고 치밀해진다."_박혜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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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는 사실상 종료된 것과 다름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남자는, 출장을 위해 멕시코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관광가이드인 그녀를 만나게 된다.

신비한 고대 마야 문명의 유적지에서 둘은 키스했고 남자는 그 강렬한 충격을 잊지 못한 채 돌아온다.

🏷32p.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대는 순간 당신의 모든 감각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당신은 식물의 잎맥들이 뿌리에서 줄기까지 수분과 양분을 운반하며 내는 소리를 들었고,
풀 위에 맺힌 이슬들이 진주알처럼 또르르 구르는 모습을 보았고,
달빛이 공기 속으로 섞여들어 가 몸을 부비는 모습을 보았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이 미리 발산하는 향기를 맡았다.

그로부터 십육 개월이 지나 남자는 발령을 받고 그녀가 사는 H시로 내려가게 되고, 그들은 재회한다.
하지만 과거의 강렬했던 기억과는 사뭇 다른 날것 그대로의 동거생활에서 그는 다시 도망치고 만다.

상처 입고 욕조에 잠겨있는 그녀를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둘이 만나기 이전, 그녀에게로 오던 남편과 다섯살짜리 아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녀는 그때부터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나서 다시 그녀가 보고 싶어 찾아가는 남자.

저자는 이 이야기가 연애소설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마지막엔 사랑이 있기나 한거냐며 다시금 도발한다.

'그러게. 사랑이 있기나 했던가?'

"이 소설은 사랑이 끝나는 자리에서 시작되어 사랑이 시작된 자리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사랑이 끝난 자리로 돌아온다."_정여울(문학평론가)

✏️
이 소설은 작가정신의 '소설, 향' 중편소설 시리즈로, 새로운 시대의 독자를 위해 16년 만에 다시 나온 개정판이다.

120페이지 분량의 작품에 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55페이지 가량 첨가되어 있는 이 소설은 가볍지만은 않다.

표면적인 줄거리보다는 저자가 서술하는 '사랑'에 대한 탐색에 같이 마음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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