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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0월
평점 :
10월 초 팔로우하고 있던 다다서재에서 신간 소식이 올라왔다. 처음 보는 저자와 강렬한 표지가 이목을 끌었다. 마침 10월에 환경 독서토론 모임에서 진행하는 주제가 ‘소비’였기 때문에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현대인들을 소비지상주의로 부추기는 ‘자본주의'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였다. 자본주의에 대해 내가 ‘안다'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될까? 본질이 궁금해 지던 찰나 자본주의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을 만났고 궁금한 마음을 솔직히 담아 서평 신청을 했다.
10월 환경 독서모임을 마무리하고, 11월 모임의 주제를 ‘탈성장'으로 결정하고 나니 다다서재에서 보내주신 책이 도착했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적을수록 풍요롭다> 등 ‘탈성장'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었다. 이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얼마나 강한 어조로 담겨있는지는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과 나란히 놓고만 봐도 느껴졌다. 추리소설 코너에 있을 법한 빨간 표지와 검정색 띠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만큼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글투역시 직설적이고 힘이있었다.
목차를 살펴보니 ‘마르크스'와 ‘코뮤니즘'이란 단어가 보였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 같은데 어렴풋이 알고 있는 얕은 지식에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책과 저자의 이력에 대해 더 찾아보지 않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환경 이슈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또 앞으로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 이런 책들을 꾸준히 읽어오고 모임을 만들고 있는데 다양한 책을 읽을수록 궁금함이 해결되는 부분보다는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친환경은 정말로 ‘친'환경 인지 같은 것.
확실히 사회 분위기는 1년 전과 다르게 환경 문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기후 위기와 에코 라이프를 다루는 책도 많이 출간되었고 비건에 대한 인식도 예전과는 같지 않으며,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이나 리필숍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아쉽고 걱정이 든다. 기업이나 정부가 환경 문제를 의식해서 만들어낸 법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위급한 현상에 비하면 도움이 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고, 어떻게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텀블러와 에코백, 대나무 펄프를 사용한 휴지나 키친타올 등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될까? 이런 소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선택이 정말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소비인지 의심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책의 도입부에 이런 현실을 꼬집으며 그런 선의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환경을 생각해서 들이는 작은 노력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말한다. 나는 여태껏 ‘그래도' 작은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우리의 편리한 생활양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착취와 희생으로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내부의 모순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여 보이지 않게 한다. 그 전가로 인해 모순이 더욱 심각해지는 참상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41쪽
이런 설명에서 여태껏 읽어왔던 숱한 책들의 메시지와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저 깊은 바다에서 어떤 생물의 희생을 대가로 석유와 광물을 획득하는지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손쉽게 선택하도록 보기 좋게 진열된 도시에서는 그 뒤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혹은 어떻게 처리되지 못해서 어디에 쌓이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저자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해석하여 자본주의의 한계를 설명한다. 친환경적 소비,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립 불가능한 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테슬라나 애플 같은 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한 노동 착취나 자원 낭비에는 눈감고 있으면서 오히려 기술 혁신으로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 처럼 사람들을 그럴듯하게 속인다.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게 된다. 내가 새 아이폰을 구입하는 것은 무엇을 소비하는 것인지. 새로운 기술과 기기에 대한 소유욕 혹은 과시를 위한 욕심은 무엇을 대가로 하는지. 비단 새로운 휴대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쉽고 빠르게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이 논리에 해당된다.
그래서 저자는 마르크스의 코뮤니즘을 해석하여 공공재로서 노동력과 자본을 나눌 것을 말한다. 쓸데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소모되는 자원과 노동력을 줄이고 진정으로 의미있고 필요한 생산만을 하자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이것이 지속 가능한 체제가 아니기에 공공재로서 진짜 가치를 나누자는 설명은 이론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과연 이게 실현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과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고 우리는 견고하게 세워진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매일 자본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아가니까.
오늘날의 문제의 근원에 대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매우 흥미롭다.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세계를, 앞으로의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우리는 한 번쯤 읽어보고 생각해 볼 만하다. 사회 체제 전체를 한순간에 바꿔버릴 수는 없겠지만, 커먼(공공재)을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 이러한 학문의 흐름도 있다는 것을 선택지의 하나로써 존중하고 염두해 둔다면 앞으로 더 막막해질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든 도움이 될 의견이란 생각이 든다.
환경 문제가 활발하게 대두되는 시점일수록 자본은 친환경이란 단어를 들먹이며 꾸준히 소비자에게 면죄부를 팔 것이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원리와 본질을 이해하면서도 이런 활동에 꾸준히 가담한다면 이는 환경과 지구에 대한 우리의 기만행위가 될 것이다. 저자가 코뮤니즘이 답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미래 생활상에 대한 다른 제안과 이론의 한계를 설명하며 비판한 부분들을 특히나 흥미롭게 읽었다. 사이토 고헤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의 이론이 100% 맞는다고 확신하기보다 마르크스 렌즈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설명한 부분이 굉장히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