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의 장마는 우리가 알던 그것이 아니었다.사람들이 '이번 장마는 유독 길고 지긋지긋'하다고 말할 때,어떤 사람들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 입니다'라고 표현했다.그게 맞는 말 같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지는 비를 보면 무섭고 겁이 났으니까. 영화 <투모로우> 를 보고 느꼈던 충격과 공포가 현실이 될 것만 같다.환경 오염의 심각성과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 앞에 사람들은 진지한 현실조차 지금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처럼 여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책을 통해 이런 안일함 조차도 인간의 시간에서 바라보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지구의 시간에서 100년은 찰나와 같다. 수백만 년 걸리던 과정이 100년 만에 일어난다는 것은 폭발에 버금가는 속도다. (90쪽)-책을 읽으며 느낀 두려움은 롤러코스터의 열차가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착착 나아가는 느낌과 닮았다. 열차는 정상에 도달하면 아주 잠깐 멈추었다가 수 십 미터 아래로 추락한다. 떨어지고 끌려가는 동안은 정신이 없으니 결국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열차가 출발하고 난 직후인 셈인데, 우리는 이제 되돌릴 수 없으니 체념하고만 있어야 할까? 심각한 문제가 커지는 것을 목도하는 집단 무감동을 우리는 지구적 책임감으로 바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