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계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지음, 임도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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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에 벌벌 떨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13개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200여 쪽의 얇은 책 한 권. 

단숨에 읽히지만 굉장히 마음이 무겁고, 처연한 심정이 되어버린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집이라는 울타리 아래 존재하는 은폐된 폭력을 까발리는 글을 

마주하는 내내 목이 메고 속이 타는 듯 끔찍한 심정이 되었다. 


언제나 영화나 문학보다 현실이 더 지독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활자로 마주하자 그게 아니라고 믿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말도 안되는 한 편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직시해야 할 지독한 현실이라는 것.


단연코 올해 읽은 가장 대담하고, 압도적이다. 

그 방학 때 생리가 시작되었다. 엄마가 없었기 때문에 생리대 사용법을 가르쳐준 건 나르시사였다. 나르시사는 또한 우리에게 그 피가 의미하는 것은 남자의 도움을 받으면 이제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어처구니없었다. 아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을 어제는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할 수 있다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우리가 말했다. (…) 나르시사는 이제 진짜로 죽은 것들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이제 진짜로 죽은 것들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우리를 계속 붙들고 말했다.

"이제 여자가 된 거야." 나르시사가 말했다.
"인생은 장난이 아니야."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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