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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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으로 빛나는 사과가 인상적인 표지의 법의 체면’.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며 모든 이야기가 전부 인상적이다. 그러나 표제작인 법의 체면보다 인상적인 작품은 없어 이 작품에 대한 서평을 쓰려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법은 다소 딱딱하고 형식을 중시한다. 어쩔 때 보면 법은 실리적인 내용보다 형식을 더 중시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법의 그런 면모를 꼬집고 있다. 상일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공모자인 김맹기의 증언밖에 없지만, 범인이 아니라는 상일의 말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상일은 그 정언 때문에 장물아비로 취급받아 실형을 선고받는다. 그래서 상일이 범인임이 확실한 홍천 살인 사건에는 판사의 입으로 상일이 그 시간에 부산에 있었다고 말하며 홍천 사건의 용의자에서 벗어나게 된다.

법은 참 오묘하다. 이미 판례가 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에 반하는 판례 선고는 거의 할 수 없다. 선행된 일의 판례 선거가 틀린 일이어도 이미 선고한 법관의 체면을 세워주느라 뒤집을 수 없다. 그 아이러니함을 꼬집어서 통쾌하기도 했고, 쓰신 작가님이 법조계에서 근무하시는 분이라 더더욱 짜릿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표지가 왜 황금사과인지 생각했다. 보자마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온 파리스의 황금사과가 떠올랐다. 세 여신 전부에게 준 것도 아니고 결혼식 당사자인 테티스에게 주지도 않았기에, 어쩌면 파리스가 세 여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기에 황금사과가 전쟁의 씨앗이 된 게 아닐까. 이 책에서의 법, 입바른 소리들도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황금사과같다고 생각했다. 궤를 달리하는 추리소설 단편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워낙 작가님의 글이 재밌기에 술술 읽을 수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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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트리플 31
장아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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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인데, 그 중 두 편만 소개해보겠다. 나머지 한 편은 직접 읽어보고 그 충격을 느껴보면 좋을 듯 하다.

1.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은비는 매년 같은 날 친구 재희를 만나는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알려주어서 늦지 않게 나갈 수 있었다. 재희와 동네 산책을 하던 중 흥겨운 소리에 이끌려 장이 열리는 곳에 간다. 재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구경하다 그곳의 여자애가 은비의 입에 전을 쑤셔 넣고 은비는 홀린 듯이 음미하며 전을 먹는다. 그 대가로 은비는 그림 속에 갇히게 되지만, 재희의 도움으로 그림 속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은비는 재희를 잊지 않고 싶다 말하며 둘은 집 앞 골목에서 헤어진다.

2. 산중호걸
매년 직녀 뜨개방에서 개화, 운겸, 파도, 삵인 백운은 같은 날 모여 서로의 생존과 안부를 확인하고 백운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러나 올해 운겸은 죽고 대신 운겸도를 다스릴 도요가 왔다. 운겸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백운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들은 잔치를 벌인다. 자정이 지나고 잔치는 끝나, 각자의 무운을 빌고 이번 해도 태평하길 바라며 헤어진다.



서평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서평
표제작인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망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친구의 죽음을 잊지 않고 싶은 은비와 그런 은비를 이해하고 매년 만나러 오는 재희. 그건 어떻게 보면 작별인사이기도 하다. 너를 잊고 싶지 않지만 잊더라도 너는 내 안에 항상 존재해, 우린 함께 하는 거야, 라고 서로에게 다짐하듯 약속하는 것처럼 느꼈다. 읽으며 느꼈지만 망각의 대상은 비단 친구만이 아니라 자연, 내 유년 시절의 기억, 어린 시절의 친구, 시절인연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모두 다 잊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지만 잊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기를. 그 시절 은비가 재희를 좋아했던 것처럼, 내가 너를 좋아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에. 그때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너도 그렇기를.

산중호걸 서평
은유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이 단편을 읽으며 자연이 떠올랐다.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인간은 자연을 끊임없이 이용하고 파괴한다. 이 책에 나온 백운, 직녀, 개화, 파도는 운겸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또 새로운 수호신인 도요의 탄생을 축하하며 잔치를 벌인다. 시간은 무한히 흐르고 자연은 그 속에서 고요히 존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월이 흐르는 것을 느끼는 것은 인간 뿐, 자연은 그곳에 계속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듯 그 모습 그대로. 순간이 지나고 영원은 계속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시간과 함께할 자연을 너무 허투루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긴 시간 속에서 보면, 순간에 불과한 우리가 영원과 다름 없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함을 촉구하는 듯 하다.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의 세 편을 모두 읽고선 불교가 생각났다.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책은 ‘윤회’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떤 설화에 따르면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의 몸이 엄청 유연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미 같기도 하지만, 아홉 번의 생을 반복해서 사는 고양이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 편의 이야기가 ‘세평짜리 숲’처럼 연결되지는 않지만, ‘시간’과 ‘자연’이라는 주제로 통한다.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더 잘 알았으면 보다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그 사이에 아주 잠깐 존재한다는 걸 말하는 책. 처음에는 두께에 비해 다소 어렵다고 느꼈지만 재독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마음에 와닿았다. 세 번째로 읽을 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 본 리뷰는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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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 노르웨이부터 아이슬란드까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북유럽 동화 32편 드디어 시리즈 6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 지음, 카이 닐센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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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다른 나라의 전래동화는 어떤 내용일지, 그 나라에는 어떤 설화가 있는지 관련 책 읽는 걸 항상 좋아했다. 또한 북유럽 신화를 좋아해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읽을 만큼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는 걸 좋아하는데, 현대지성만의 번역과 예쁜 삽화로 가득한 북유럽 동화라니! 설레하며 읽었다. 

32가지의 북유럽 동화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결이 비슷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는 효를 중시하는데 반해, 북유럽 동화는 뭐랄까, 개인의 운과 능력을 중시하는 듯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너무 황당해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 장면도 많다. 우리나라의 흥부와 놀부처럼 가난한 동생과 부자인 형의 이야기인데, 형에게 자꾸 빌붙는 동생의 행실이 싫어서 형은 동생이 원하는 걸 쥐어주는 대신 지옥에 가라 한다. 동생은 그걸 받고선 또 성실하게 지옥으로 향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소금이 나오는 멧돌 이야기가 북유럽 동화에도 있어 고대의 인류는 같은 곳에서 출발한 것 같다는 생각도 심어준다. 중간중간에 수록된 세계 3대 삽화가인 카이 닐센의 아름다운 삽화가 이 동화를 좀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서 소개한 두 편의 동화 이외에도 여러 동화가 있는데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다. ‘북유럽 신화’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으면 특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동화에도 관심 있는 분들과 카이 닐센의 삽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본 리뷰는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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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
소재원 지음 / 프롤로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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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2월 3일 밤 10시 20분, 우리나라는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그 때 국회로 뛰어간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민이었다. 국민들은 국회로 뛰어가서, 진압하려던 군인들을 막고 탱크차를 막았다. 그렇기에 2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될 수 있었다. 누군가는 2시간짜리 계엄이 계엄이냐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아무 피해도 없지 않느냐 한다. 그러나 2시간짜리 계엄은 우리가 200일 이상의 고난을 겪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자영업자들은 월세를 내며 버티는 게 고작이 되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사상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이전에 없던 일들이다. 고작 2시간짜리 계엄이 아니라 시민들이 막아낸 계엄이다. 시민들이 막아냈기에, 국회가 건재할 수 있었고, 국회의원들이 모여 계엄을 해제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8명의 시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각자 다른 직업과 성별을 가진 시민들이 서술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울컥하는 게 있다. 이건 그 날, 잠들지 못한 사람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소설 말미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이 소설은 완벽한 사실을 기반으로 쓴 완벽한 픽션입니다.’ 2시간만에 완독할 정도로 매끄러운 문체지만, 울림은 결코 짧지 않다. 두 달 뒤에 있을 대선, 우리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또 한 번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를 복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서평은 모도(@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소재원 저자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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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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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창비에서 도서 지원을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청소년 소설이 좋은 이유는 사람의 감정을 툭 건드리는 보편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이 울어본 책은 또 처음이다. 청소년 소설이 왜이리 사람을 울려... 진짜 가볍게 읽었다가 오열하면서 끝낸 책이다. 사고록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자신이 항상 2순위인 부모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자식의 마음은 참.. 그렇다. 그런 심리묘사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는데, 그게 더 사람을 울린다. 살다보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모든 걸 다 뒤로 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너무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 퇴근 후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그래도 버텨야지, 어쩌겠어. 이것도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라 말한 적이 있다. 친구는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다가, 내 이름을 부르며 “가끔 도망가도 돼. 버티는 게 꼭 답은 아니더라. 힘들면 도망가.”라 답하는데, 울컥해서 밥을 먹다 눈물을 삼킨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유리에게 내가 들었던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의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아빠, 동생 대신 산다는 죄책감, 내가 아닌 동생을 먼저 살리려 한 할머니를 싫어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너의 삶을 무겁게 할 때, 도저히 못 버틸 거 같다 싶으면 도망가. 힘들면 잠깐 도망가도 돼. 너는 대신 사는 존재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책을 다 읽고 작가님의 손편지를 읽는데, 그게 정말 최종 붕괴였다. 작가님도 힘들면 도망가도 된다고, 나와 같은 말을 쓰셨다. 잠깐 도망가서 마음껏 회피하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꼭 모든 걸 버티고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도망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이라 읽으면서 감성 가득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책의 모든 문장이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문장 몇 개만 쓰고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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