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설인가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소설인가 서평

 

한 줄 평: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계급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관조적으로 드러낸 소설

 

추천 대상: 보고 싶지 않았던 계급을, 사회 생활을 하며 알게 모르게 느껴봤던 모든 사람들

 

서평:

대학교를 처음 들어갔을 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신분제가 없어졌는데도 계급은 존재하구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몰랐는데 대학교에 들어가니 사복을 입고 각자의 생활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잘 사는 동기들이 많았다. 나는 알바와 장학금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데, 부모님 용돈 받으면서도 풍족하게 살기 위해, 또는 경험을 쌓기 위해 알바를 하는 동기들이 있었다. 방학 때면 어학 연수를 다녀오는 동기들이 있었다. 부러웠던 그 마음은 꾹 누르고 언젠가 가겠지, 지금은 내 할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만 이렇게 살고 있나 싶어 비참하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때는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나 싶었다. 내 앞가림을 꾸역꾸역 하고 있던 터라, 남의 사정은 볼 수 없었다.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모든 결핍이 나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는 내 상처가 가장 크게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개인별로 힘들다고 느끼는 편차가 크다는 것을. 그리고 보이는 것만 보고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오늘 겪었던 상처를 회복할 시간도 없이 하루가 끝나고 고된 삶에 지쳐 쓰러지듯이 잠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눈 뜨면 하루가 또 시작되고, 시간이 어떻게 끝나는지도 모른 채 하루가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 삶이 보이는 것보다 힘든 만큼, 타인의 삶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무심코 내가 지나친 이웃이 고된 하루를 겨우 견딘 것 일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함부러 판단할 수 없다.

 

이 책은 우리가 한 번쯤은 느껴봤을 계급의 격차를 보여준다. 그래서 다 읽었는데도 찝찝함이 묘하게 남는다. 개운하지 않고 마음에 찌꺼기가 쌓인 것처럼. 살면서 어렴풋하게 느꼈던 감정을, 장면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묘하게 답답하고 힘들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하고 직면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보여준다. 내 삶만이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무심코 보낸 시선 하나가 타인에게 큰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왜 저렇게 살까 반문하며 비난하기보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사회에 씁쓸함을 느끼는 게 먼저일 수 있다. 그제서야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마주볼 수 있다.

 

 

무슨 내용이길래 제목이 ‘이것은 소설인가’라고 지었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완독 후 서평을 쓰는 지금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현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하며, 그 사람의 삶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다. 완독한 뒤 찝찝한 여운이 남는 책을 싫어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