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ㅣ 교유서가 시집 9
김개미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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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고 온종일 쓸쓸한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늦가을의 허전하고 외로운 느낌이 담뿍 담긴 시집이라, 가을의 계절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뜨거운 여름에 읽었음에도. 시에서 발화하고 있는 화자를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사랑을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찾느라 애썼다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면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시를 읽으며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인 ‘홍련‘의 넘버 ’범죄의 기록’의 가사가 떠올랐다.

“ꖶዞ 아이는 사랑을 구걸해야 했나. ꖶዞ 아이는 사랑을 놓지 못했었나.” 죽은 할머니에게 말하듯 하는 시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할머니여도 고향에 가고 싶은 무덤이 되어달라니, 이 아이는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 걸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를 사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걸 어른도 아닌 아이가 하고 있다. 마음이 참.. 아린다. 마음이 찡해지는 것도 아니고 아리는 시가 너무 많아서, 김개미 시인까지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사랑을 말하는 시는 참 많았지만, 아이가 화자인 시는 또 처음 접해보는데 이게 생각지도 못한 아린 감정들이 많이 드는 시들이라 자꾸만 시구를 곱씹게 되는 것 같다.

시의 화자인 아이는 사랑받지 못하고 큰 채로 어른이 되어 사랑을 할 때도 혼란스럽다. 내가 하는 게 사랑이 맞는지, 이렇게까지 상대만을 생각하게 되는 게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 맞는지 알지 못하기에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자꾸만 자기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지. 하고 사랑에 한계를 두려 하는 것 같아 응원하는 말만 해주고 싶어진다. 겁내지 않아도 되고, 너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은 만큼 사랑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디 있겠냐만은 저마다 가족이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이들로 인해 울고 웃는 사람들에게 이 책으로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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