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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평점 :
하트 램프
소설이 하나의 거대한 인권 고발장처럼 느껴지는 책.
책 소개글이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정말 많이 화가 났다. 단편집인데 너무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읽으면서 분노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책은 또 처음이다. 책은 인도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잘 알지 못하는 종교와 풍습이지만 그들이 겪는 고통만은 안다. 억압과 폭력 속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여성들의 삶이 활자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서 참 슬펐다. 이런 현실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보세요!’ 였다. 제목 자체가 이 책이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걸 느꼈고, 그러면서도 슬펐다. 자신들이 믿는 신한테 여성이 되어보라 말하면서 그 삶이 얼마나 지옥인지를 절절하게 말하는데 참 입맛이 썼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죽을 만큼 힘든 사회. 입과 귀는 닫고 자신을 위해 봉사만을 원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남편이고 올바른 가정의 형태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아이를 낳다가 40일만에 아내가 죽었는데, 아내가 죽은지 이튿날만에 재혼하는 남자가 과연 그들의 ‘알라‘가 말하는 신과 같은 존재인가. 그게 과연 신이라면 그 신을 믿는 게 옳은 일일까. 종교는 잘 모르지만 그들의 신이 말했다 해서 사람을 소유물로 취급하면 안 된다는 건 확실히 안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다. 똑같은 사람인데 ꖶዞ 사람이 아닌 인형 취급을 하고, 아들 낳는 용도로만 생각하는 걸까. 한 명의 남자는 네 명의 여자와 결혼할 수 있고, 여성이 미성년자일 때 결혼시키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 자아를 찾기도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미래를 꿈꾸기도 전에 집에 갇혀 육아와 집안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묵인하는 사회는 절대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사실은 신의 말씀이라는 핑계로 자신의 행동들을 합리화하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 비겁한 남성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여성들의 투쟁과 연대가 눈물겹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불편하다‘는 감정을 끝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게 소설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채 전통과 풍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건 잘못된 전통과 풍습이다. 그런 과거는 틀린 것임을 밝히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아닐까. 부커상 수상작이라 해서 눈길이 가 읽게 되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글 속의 여성들과 함께 연대해줬으면 한다. 이란 여성들의 히잡 벗기 운동에 sns로 동조했듯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를 도와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인 ‘바누 무슈타크‘는 70세인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진보적인 글을 쓰며 여성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지금 당장 바뀌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바뀌도록 노력하는 데에는 우리가 이런 책을 읽고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무조건 이 책에 빠질 것이라 확신한다. 올해가 2월밖에 안 되었지만, 첫 별점 5개를 준 책이기에, 자신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