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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재판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평점 :
줄거리
결혼을 앞둔 지훈은 친구 양길과 함께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나고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지훈의 약혼녀 선재는 같이 간 양길이 지훈을 살해한 것이라 확신하지만, 직접 증거 부족으로 양길은 3심까지 무죄 판결을 받는다. 양길이 보험금을 노리고 지훈을 살해한 것이라 확신한 선재는 양길의 유죄 증거를 찾기 위해 양길의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하여 관련 서류를 모두 복사하지만, 결국 보험금 소송에서까지 지급 판결을 받는다. 그런 양길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선재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선재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서평
도진기 작가님의 책을 두 권째 읽지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게, 우리나라 법조계를 굉장히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더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자조가 섞인 시선이랄까.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너무 고여 있고,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판사, 그 판결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들. 실제 사람들의 사건을 판결하는 건데도 그 사람들의 울분을 풀어주는 것보다 자신의 판결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 없는 ‘법의 체면‘이 더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법조인들의 면모를, ’4의 재판’은 여실히 보여준다.
보험을 노린 계획 살인이 주된 내용이다 보니, 실제 보험 살인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은 이 사건이 유죄로 판결날지 무죄로 판결날지 생각하며 읽게 된다. 현실은 비록 무죄로 판결받고 보험금 지급까지 성공했지만, 책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읽게 된다. 책에 나온 것처럼 법은 정의 구현보다 사회 질서 유지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법은 관심이 없고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 쪽에 더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적 복수‘를 다루는 매체 컨텐츠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결말이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글이 전개되는 내내 계속 쌓아온 분노가 해소되기에는 약간 부족했지만, 그것까지가 우리나라 법의 현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판결을 내린 판사의 체면보다, 잘못된 판례를 계속 지키는 ’법의 체면’보다 가해자들에게 정당한 판결을 내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체면보다는 법의, 판사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