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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 인권의 길, 박래군의 45년
박래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우리가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 위해 피하지 말고 읽어야 하는 책.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인권 운동가로 한평생 살아오신 박래군 선생님이 인생을 회고하시면서 쓰신 책이다. 그냥 읽으면서 계속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삼키며 끝까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읽어야겠구나, 하는 책이었다. 유가족 협회가 왜 생겨났는지, 왜 국가적 참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왜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가와 쉴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지 끝없는 질문을 하며 읽었다. 사실 읽으면서 많이 고통스러웠다. 내가 알지 못했던, 알지만 제대로 깊게 알지는 못한 곳곳에서 많은 인권 유린과 탄압이 이루어진 걸 알게 되며 현실의 참혹함을 다시금 일깨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다. 끝까지 읽어야 우리가 왜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읽으면서 음악극 태일이 떠올랐다. 내게는 전태일 열사가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 박래군 선생님께는 이소선 어머니의 자녀이자 동지다. 그냥 추상적인,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 옆에서 숨쉬고 있던, 실제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야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까.. 절망하시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전해져 많이 울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 몰랐던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한 시위, 쌍용 해고에 맞선 시위, 학생 운동 등 정말 많은 투쟁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운동들의 원인과 전개 과정들을 낱낱이 알게 되었는데, 미디어가 정말 편향되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굳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 누가 기사로도 뉴스로도 상세한 내용을 내보내지 않았던 운동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은 단식 투쟁을 하고 올해 9월 즈음에는 노동자 한 분이 분신 투쟁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러나 뉴스 한 줄이 나가지를 않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단순한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니라 내가 제대로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투쟁을 하고 시위를 한다. 내가 태어난 이 나라에서 제대로 살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소망은 아니지 않나.
사람이라면 당연히 바랄 수 있는 꿈인데, 그 꿈조차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우주여행을 떠났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기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우주는 가더라도 서울 지하철은 못 탈 거라고.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는 게 불법이라 생각하고, 시위대를 탄압하며 휠체어를 탄 사람은 시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끌어낸다. 모두가 비판하지만 눈을 막고 귀를 막으며 입을 닫는다.
도대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게 왜 그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보다 어려운 건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장연은, 많은 인권 운동가들은 지금도 그 싸움을 이어간다. 질 걸 알면서도 투쟁을 이어간다. 언젠가는 바뀐 미래가 올 것을 알기에.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알기 위해서. 인권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추천하지만, 인권 운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현실을 똑바로 보고 함께 살아갈 사회를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하기에,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