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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그 바다의 마지막 새
이 지구에 인간 이외에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동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생물학자인 오귀스트는 아이슬란드의 어느 섬에서 한 마리 새를 산 채로 포획한다. 알고 보니 그 새가 멸종 직전인 큰바다쇠오리라는 종이었고, 그 새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아 오귀스트는 새와 함께 떠난다. 새에게 ‘프로스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오귀스트의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귀스트는 우울감을 느낀다. 자신이 프로스프를 데려옴으로써 프로스프가 자연에서 살아갈 권리르 빼앗은 건 아닌지, 자신의 손으로 인해 한 종이 멸종하게 된다는 압박감 등을 받는다. 그 우울감은 아내와 아이로도 채울 수 없는데, 그러던 와중 어디선가 큰바다쇠오리를 봤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바다의 마지막 새’는 엄청 흥미로운 책은 아닌데, 무척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읽으면서 점점 오귀스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종이 다르지만 서로만을 생각하고 의지하는 오귀스트와 프로스프의 우정을 생각하다가도 자연에서 살아가던 동물이 사람 손을 타게 만드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양가적인 감정이 들면서도 프로스프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오귀스트에게 포획된 이후, 큰바다쇠오리와 마주했지만 그들에게서 배척당한 프로스프이기에 오귀스트와 함께 살아가는 게 행복한 건가 싶은, 혼란스러운 마음이 든다.
오귀스트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큰바다쇠오리를 멸종케 한 것에 대한 인간들과 같은 종으로서 겪는 죄책감, 프로스프를 큰바다쇠오리 곁으로 돌려보내려다 실패한 것에 대한 한계가 글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져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멸종위기종들이 있음을 깨닫고, 헐레벌떡 그 종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에 보낸다던지, 잡아먹기 위해 사냥한다던지 등의 행위는 모두 인간의 관점에서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이 지구를 우리만 사는 곳으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지구는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닌데, 우리 이전에 살던 생물들이 정말 많은데도 인간은 지구의 주인인 것 마냥 행동한다. 동물원을 가면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다며 동물을 사육하지만 그게 과연 그 동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인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이 아닌 생물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만약 누군가가 나를 보호한답시고 가둔 뒤 사육한다면 과연 나는 좋아할 수 있을까. 나를 가둔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270페이지 정도인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더불어 사유할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라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볼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