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뺏기 -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 2015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선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박하령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자 뺏기

 

나만의 의자에 앉을 수 있기를.

 

표지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 가장 친해야 할 쌍둥이 자매는 어째서 다른 의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의자에만 달려드는 걸까? 쌍둥이로 태어난 은오는 할머니집에 맡겨져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 사이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하고 삼촌과 함께 사업을 벌이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은오와 할머니는 지오와 함께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고, 은오는 쌍둥이인 지오와 다름을 증명하려 애쓴다. 한편, 숙모는 삼촌이 하던 사업을 이어서 하다 투자 실패로 집안 전체의 사정이 어려워진다. 은오와 지오 중 한 명에게만 대학 지원을 해줄 수 있다 하고, 은오는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 말하며 가출을 감행한다. 은오는 과연 지오를 제치고 대학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쌍둥이다 보니 누구보다 친할 수 있었지만 항상 비교당하고 누군가는 선택을, 누군가는 양보를 했어야 했던 은오와 지오는 여러 상황으로 인해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자신의 자아가 성립되기도 전에 비교를 일삼는 어른들 앞에서 은오는 를 확립하지 못하고 자존감만 깎아먹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지오를 폄하하는 말에 동조하고, 무리에 끼고 싶은 몸부림치기도 한다. 게다가 은오는 자신을 할머니집에 맡겨놓고 간 엄마가 밉지만, 그 미운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그 마음을 털어놓을 엄마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혼자 계속 묻어둬야만 한다. 엄마랑 같이 보낸 시간도 적은데, 그 미운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도 없어진 은오가 참 애처롭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상황이 은오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때면 은오를 응원하면서도 괜히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은오도 잘 할 수 있는데. 은오도 괜찮은데.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이 다 내 뜻대로 될 수는 없고, 책 속의 은오도 그걸 인정해가면서 자아를 서서히 만들어간다. 은오의 짝사랑을 응원했지만, 결국은 실패한 첫사랑에 아쉬워하면서도 잘 받아들이는 은오를 보며 괜히 내가 다 뿌듯해진다. 자신의 감정을 잘 갈무리하고 를 먼저 돌보는 은오가 성장한 게 보여서 더 뿌듯함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듯이 자신에게 맞는 의자는 다르다. 개인마다 의자가 생기는 때와 의자의 모양은 제각각 다르기에, 자신을 잘 돌아보며 자신을 위한 의자를 마련해야 한다. 힘들 때는 언제든 쉬어갈 수 있도록. 나만의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나만이 내 의자를 만들 수 있다. 은오가,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혀질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보다 튼튼한 자신만의의자를 찾기를 조용히 응원하며,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