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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이하진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혐오에 맞서 싸우며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
이하진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불가능이란 없을 것 같다. 과학을 어려워하고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내가 과학을 배워서 작가님의 글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진다. 이 책의 사랑들을 조금 더 잘 알고 싶어서 과학을 배우고 싶다니.
소설집의 배경이 미래이고 장르가 SF 소설이라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은 그냥 살고 싶어 한다. 부유하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한다. 글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필연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내가 태어난 이 곳에서 사람답게 잘 살고 싶어한다. 그런 마음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이기심 때문에 나비효과처럼 불어난 재앙은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만든다. 재난이라 불리는 재앙을 막기 위해서 등장인물들은 갖은 노력을 한다. 이 등장인물은 특별한 점이 없다. 우리와 같은 소시민이지만, 치열하게 생각하고 어떤 게 좀 더 옳은 것인지 고민하며 행동한다.
소설집의 모든 단편이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글을 꼽자면 ‘어떤 사람의 연속성’과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가 생각난다. 둘 다 사랑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의 연속성’은 단 한 명을 제자리로 돌려 놓기 위함이고,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는 모두가 외면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이야기다. 이 외에 수록된 6편의 단편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는,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인류애적 희망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분명 현실은 고되고 지치지만, 그런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만들어 낸 희망이기에.
사람이 사람을 돕는 데는 큰 이유가 있지 않다. 음식을 같이 나눠 먹고 싶어서, 자기 전에 후회할 것 같아서 등 사소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행동들이 많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는 누군가의 선행에서 항상 이유를 찾는다. 저 사람이 도움을 주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하지, 이유 없이 선의를 베풀지는 않을 거야 라며 늘 의심하기 바쁘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이유 없이 사랑을 믿고 타인을 주저 없이 도울 수 있다. 나에게 돌아올 것은 신경쓰지 않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랑이 샘솟는다. 잘 살고 싶어져서. 사람답게 이 시간을, 이 세상을 잘 살고 싶어진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나 혼자 사는 것보다는 다 같이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진다. 암울한 현실이라도 희망과 연대가 있다면 결국은 혐오가 아닌 사랑이 이긴다는 걸 우리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학 용어가 많이 나와 SF를 싫어하는 사람이더라도, 이하진 작가님의 책만큼은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다. 나 또한 과학 용어를 이해 못해서 SF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그 모든 걸 덮을 만큼 큰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에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