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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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주

 

그릇된 믿음 속에 살면서도, 그것이 허황된 것을 알기에 나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해수와 유림은 가인으로 불리면서 벽돌집이라는 사이비 집단 안에서 살고 있다. 가인은 잘못된 존재로 인간이 되기 위해 항상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가인이기에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말씀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유림은 모든 것이 궁금했고, 교주의 말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동조한 해수와 유림은 모두의 묵인 하에 공 맞는 아이가 되고 결국 탈출한다.

 

유림과 해수는 살기 위해 벽돌집을 빠져나온 게 아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더 쓸 수 없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벽돌집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부품을 갈아끼우는 것처럼 잔잔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모든 여성 신자들은 교주에게 놀아난다. 벽돌집의 모든 아이가 교주와 얼굴이 닮았음을 폭로하는 장면은 소름끼쳤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그게 뭐가 어때서라는 느낌으로 대하는 게 더 무서웠다. 모두가 잘못된 믿음을 행하는 곳에 있으면, 정상인이 오히려 비정상 취급받는 게 여실히 잘 보여서 참.. 사이비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금 깨달았다.

 

 

읽다 보니 파사주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했다. 국어 사전에서는 마장 마술 경기에서, 말이 행하는 속보(速步)의 하나. 가능한 한 보폭을 좁혀 율동적으로 춤을 추듯이 걷는다.’로 명시되어 있다. 좁은 통로를 가능한 한 빠르게 빠져나오는 것처럼, 해수와 유림이 사이비 안에서 빠르게 탈출하려는 모습을 담은 제목이 아닐까. 그들이 파사주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벽돌집과, 자연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벽돌집과 자연은 똑같이 쉽지 않은 곳이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생존하기 위해 떠나는 것을 택했다. 읽으면서 아직 아이에 불과한 유림과 해수가 겪어야 하는 일들이 참 안타까웠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데,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일련의 과정들이 안쓰러웠다. 아이의 시점에서 담담히 서술되는 책이라 더 마음 쓰인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밝고 선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책. 내가 모르는 세상도 있고,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세상은 그렇지 않아! 라고 단정짓지 않게 되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기를 바라며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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