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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평점 :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늘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다. 그러나 그 열망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서 우두커니 주저앉아 있는 시간만 늘어서, 결국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회피했다. 그러던 중, 올해 독서계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다시금 글쓰기에 대한 허기짐이 스멀스멀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이걸 또 어떻게 가라앉히나 생각하던 찰나, 서평단에 선정되어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를 읽었다.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는 가랑비메이커 작가님의 ‘쓰기’에 대한 열망과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취업이 아닌 전업 작가와 창업을 선택하시면서 생겨난 고충, 대부분의 전업 작가와 떼어놓을 수 없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 무척 술술 읽히면서도 어디선가 접해본 이야기 같았다. 그리고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 같았다. 바로 내 마음이다. 책을 어느 정도 읽다 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어느새 염원과 열망이 된다.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되는 열망. 그렇지만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에게 계속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고, 판매로도 이어진다. 그 숫자들을 눈으로 보면 재능이 없다는 걸 확인사살 받을 것 같아서, 글쓰겠다는 생각을 애써 피해왔다.
이런 생각을 나만 했을 리가 없다.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지만, 작가님도 똑같이 고민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글을 쓰는 걸 선택하셨다. 글쓰기에 대한 허기짐을 글로 풀어내는 모습에서 글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져, 내 생각마저 힘껏 키를 키웠다. 언젠가는 글을 써야지. 정리하기 어려운 생각들과 이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는, 이 멋진 직업을 꼭 가져봐야지. 누군가에게 평가받아서 상처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내 책이 안 팔리더라도 나도 꼭 내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계속 제목이 왜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인지 생각했다. 가장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그 순간에는 말이 잘 전달되겠지만 큰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가장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다 보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이야기할 수 있다. 지구력 있게 한 가지를 꾸준히 하려면 작은 힘을 오랫동안 쓰는 게 필요하니까, 그래서 제목이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가 아닐까 생각했다.
잊었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일깨우고 작지만 오랫동안 틔울 싹을 만들기에,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분들께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