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내가 원한 것
서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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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나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면 사랑하고 싶어진다. 사람을 사랑하고, 날씨를 사랑하고, 환경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작가님의 글에는 사랑이 넘쳐서 나까지도 사랑에 흠뻑 빠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여름에 내가 원한 것‘은 수많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작가님이 좋아하는 것을 ꖶዞ 좋아하는지 설명하시는 걸 듣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똑같이 그것들이 좋아진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걸 신나서 말하는 걸 가만 듣다가 더 깊게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여름에 내가 원한 것’은 총 3부로 구성된 산문집인데, 1부 연인들, 2부 감각들, 3부 장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1부를 읽다 보면 관념적인 여름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여름 하면 관념적으로 떠올리는 초여름밤의 선선한 날씨, 여름 과일, 가벼워지는 옷차림과 솔직해지는 마음들. 이런 걸 생각하고 문을 열어보면 현실은 너무나도 뜨겁고 푹푹 찐다. 그래서 여름을 싫어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한나 작가님은 관념적인 여름을 떠올리지만 현실의 여름을 마주쳤을 때, 그것조차도 사랑한다. 모든 여름을 사랑해서, 작가님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여름과 관련짓는다. 그래서 더 여름을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솔직하지만 구질구질한 모습까지도 사랑이라 생각해서 그것마저 포용하는 느낌이랄까. 작가님에게는 사랑이란 여름이다는 걸 책 전체를 통해서 말해주는데,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인덱스를 한가득 붙이고 아껴가면서 읽었다. 문장이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사실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햇빛이 쨍쨍해서 푹 찔 것만 같은 더위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습도도 싫어서 여름을 싫어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여름을 한 번 사랑해보고 싶어졌다. 초여름의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씨도, 끈적하게 땀흘리지만 씻고 나면 개운해지는 더위도 한 번 사랑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리쬐는 햇빛도, 시끄럽게 우는 매미 소리도, 한낮에 피는 능소화도 모두 ‘여름에 내가 원한 것‘이어서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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