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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ㅣ 테익스칼란 제국 1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책의 첫 장을 폈을 때, 듄을 읽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듄‘도 각 장마다 일기나 편지, 자서전이 먼저 씌여 있고 그 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듄과 같은 전개라서 찾아보니 같은 스페이스 오로라 장르여서 이런 형식으로 썼구나, 싶었다.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은 전 대사의 죽음으로 ‘테익스칼란 제국’으로 발령난 르셀 스테이션인 ‘마히트’의 이야기다. 마히트는 전 대사인 ‘이스칸드르’의 기억과 인격인 ‘이마고‘를 뇌에 이식받은 상태이지만, 이마고에 문제가 생겨 이스칸드르의 기억 전부가 있는 게 아니라, 15년 전까지의 기억만이 존재한다. 이스칸드르가 죽었다는 것을 밝힌 제국인들은 마히트에게 이스칸드르의 시체를 보여준다. 자신의 시체를 마주한 이스칸드르의 이마고는 충격을 받고 사라졌으며, 마히트는 전임자의 죽음을 밝히고 르셀 스테이션을 제국에 편입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시리즈물인데 1권만 읽어서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1권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불안할 필요가 전혀 없다.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찝찝함을 주지 않아서 후련하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수 있다. 새로운 세계관을 접할 때는 항상 그렇지만, 그 세계관의 용어를 익히느라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이라 읽는 데 약간 오래 걸렸다. 다 읽은 뒤, 약간의 여운이 남는 게 판타지물이지만 뭔가 우리가 느낄 만한 공감대가 있었다. 대학이나 직장 때문에 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가 오고 싶었던 곳에 왔지만 내가 동경했던 문화로부터 ’타지인‘이라 선을 긋는 듯한 외로움과 어디에도 소속감을 가지지 못한 데서 오는 고독감. 객관적으로 서술된 문장을 통해 독자들은 이런 감정들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그러면서도 정치와 음모가 촘촘하게 짜여 있는 책이라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은 단순한 판타지물이 아니다. 테익스칼란 제국은 제국인들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전부 야만인이라 칭하면서 그들을 정복하여 그들의 문화를 지워버릴 준비를 한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역사로부터 많이 배웠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규정하며 배척할 때 벌어지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책의 끝부분 전개가 약간 충격적이고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으악- 소리지르며 봤다. 어떤 결말인지 궁금하다면 꼬옥 읽어보시길..! 딥한 정치물과 음모가 판치는데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듄을 좋아했다면 재밌게 읽으실 것 같다.
다만 약간 아쉬웠던 것은 좋아하는 소재와 좋아하는 벽돌책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세계관을 전개하는데, 관련 용어들이 전부 미주로 써져 있어서 이북이 진짜 절실했다. 미주로 달린 것은 그럴 수도 있지만, 용어별로 번호가 써져 있지 않아서 이 용어가 미주에 있는지 없는지를 가챠 돌리는 심정으로 책 앞 뒤를 왔다 갔다 했다. 듄도 이북으로 사서 미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스페이스 오로라 장르의 다음 책은 꼬옥,,각주와 용어에 번호 달아주기로 약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