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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서른 번의 힌트
올해 2월, mbc 유튜브에서 진행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체공녀 강주룡’을 읽은 적이 있다. 미용실을 가기 전 카페에서 읽다가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사연 있는 사람이 된 기억이 있는데, 그 책이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었다니! 게다가 ‘서른 번의 힌트‘에 ’체공녀 강주룡’의 등장인물인 옥이의 외전이 실린대서 단숨에 읽게 되었다.
읽다 보니 29회부터 2회까지 역순으로 수상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기했던 게 2회면 거의 30년 전 수상 작가님의 글인 셈이다. 그런데 이 책의 모든 글에서 작가님들의 나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모든 세대가 아울러서 다 공감할 만한 글들이 많았다. 모든 글이 다 공감하기 쉬운 글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단편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인 ‘갑작스런 엔딩’이 없었다. 지난 겨울의 불법 비상 계엄이 배경인 글도 몇 편 있었고, 딸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글도 있었다. 그리고 노동자의 문제를 다룬 ‘체공녀 강주룡‘의 외전 격인 옥이의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좋은 글이 많았지만, 가장 애정하는 박서련 작가님의 ’옥이’를 소개하려 한다.
옥이는 ‘체공녀 강주룡‘의 등장인물로, 노동운동을 하던 여공인 강주룡이 죽은 뒤 옥이가 강주룡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말하면서 강주룡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10장짜리 글이지만 10장을 읽는 동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리가 노동자로서 누리는 모든 권리는 과거의 이 사람들에게 빚진 것을 안다. 이들이 행동하자고 말할 때, 밥 벌어 먹기 힘들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않아서 생기는 외로움을 안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말릴 때의 절망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기 위해 외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주변인 시점으로 쓰인 글인데 정말 짧은 글이지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최근 폐막한 음악극 ’태일’을 푹 빠져 있어서, 더더욱 이 글이 마음이 갔을 수도 있다. 박서련 작가님의 ‘체공녀 강주룡‘도 한 번 꼭 읽어보시고, 이미 읽으셨다면 서른 번의 힌트의 ’옥이’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박서련 작가님 외에도 라인업을 살펴보면 유명한 작가님들이 여럿 계신다. 우리가 잘 아는 장강명 작가님, 최진영 작가님, 강화길 작가님 등 유명한 작가님들이 많으신 걸 보고, 한겨레 문학상의 혜안은 어디까지인가 감탄하며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30년이나 된 문학상인데, 한겨레 문학상의 수상작을 한 권밖에 못 읽어본 게 못내 아쉬워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도장깨기로 정했다. 여기까지 이 서평을 읽으셨다면 함께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도장깨기를 하자고 권유하고 싶다. 2회~29회 수상 작가님들의 글들만 실려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작가님들의 짧은 글을 읽으면서 내 취향을 알아가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