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강양구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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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책 제목을 보고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가진 SF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무도 날 속이지 않았지만, 표지가 너무 예쁘고 뭔가 주인공의 외모같은 일러스트라서 괜히 속은 느낌이랄까. 책 표지와 서평 가이드를 다시 읽고서, 책을 펼쳤을 때는 SF 소설들에 대한 서평 모음집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장을 읽고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18권의 SF 소설을 소개하지만,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기보다 소설의 세계관이 가진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런 문제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다가 지구가 정말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정전, 단수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소설들을 보자니, 이게 과연 허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우리 모습일 수도 있다. 이런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디스토피아가 닥치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런 재난이 닥쳐 있거나, 닥칠지도 모르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최근에 읽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라는 책이 떠올랐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정보라 작가님의 연작 소설집인데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해양 생물들이 고통받아, 에피소드별 해양 생물이 등장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책이다. 환경 오염이 심각한 건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나 하나 양심 있게 행동한다고 해서 뭐 달라지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 하나쯤이니까, 나는 다르게 행동해도 된다.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내가 행동함으로써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니’에게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은 이와 같은 환경 오염 문제 뿐 아니라 인종 차별, 혐오에 관련된 문제들도 많이 언급하면서 우리가 생각해보면 좋을 주제들이 있는 책 18권을 소개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세계관에서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끝없이 던지는 책이다. 어떤 방향이 옳고 그름을 말하지는 않는다. 생존을 위한 행동에 옳고 그름이란 없으니까. 다만,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물 부족, 현재도 만연한 혐오와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대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독자가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이다.

굉장히 친절한 책이라고 느낀 부분이 18권의 책 소개와 18명의 작가 소개가 끝난 뒤 책과 현실이 맞닿아 있는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관련 책들을 더 나열한다. 단순히 18권을 읽어봐야겠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책들이 가지치기로 뻗어나가서 북킷리스트가 한가득 늘어나게 한다. 독서 모임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은 뒤 소개된 책에서 한 권을 고르는 것도 방법일 듯 하다. SF 소설의 세계관과 현실의 문제에 대해 보다 사유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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