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지옥오컬트물을 좋아한다고 많이 말했는데, ‘진짜‘ 컬트물을 읽은 건 처음이다. 그동안 동양풍 오컬트물이나 기담류를 많이 읽었는데, ’경성지옥’은 서양 느낌의 컬트물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새벽에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읽다 보면 괜히 오싹해지는 ‘경성지옥’은 사람들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다른 단편집들과 달리 표제작이 책 맨 뒷 장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색다르다. ’경성지옥‘은 단편들이 한국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양의 기담보다 서양의 컬트물 느낌이 나는 글들이라 기이한 느낌을 준다. 요즘 문학계의 표절과 알고리즘을 다룬 ’나의 세그웨이 트윈테일과 동생’, ‘우주에서 온..’처럼 인간 사이에 숨어들어간 외계 생명체와 인간과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 등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소재들이 많다. 생각하기 쉬운 소재로 글을 쓴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큰 일인데,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리스크가 큰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시기 때문이다. 또한 ‘경성지옥‘을 읽다보면 묘하게 책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났었는데, ‘경성지옥’의 책들은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이야기가 끝이 난다. 그리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만약 나라면..? 상상력이 그닥 풍부하지 않은 나인데도,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그리고 ‘점례아기 본풀이’처럼 한국민속 무당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선도 있어서, 무당에 대한 단편선인 ’혼모노‘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단편들을 읽고 나면 해결된 게 없어서 찝찝하다는 기분이 주로 들었다. 컬트물을 읽었을 때의 주된 감상이라고 하니,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작가의 생각이 주입된 듯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여름 맞이 ’진짜’ 컬트물 입문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 (대신 이 찝찝한 기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신 분만..!)